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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인들 아홉 번째

치명적 팜므파탈 유디트

On December 12, 2014

화려한 색채 속에서 에로티시즘을 구현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디트’(왼쪽)와 ‘키스’(오른쪽)


요즘엔 벽에 거는 달력을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벽걸이 달력에 명화를 넣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예술품을 구입하는 문화가 생소했던 당시엔 질 좋은 인쇄의 명화 달력이 큰 대리만족이었던 것. 주로 화사한 고전 작품들이 선호되었는데, 언젠가부터 금빛 휘황찬란한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대표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명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키스’와 같은 화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클림트 작품 세계의 전부는 아니다.

클림트의 또 다른 걸작 ‘유디트1’의 주인공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스라엘 여인이다. 이 여인은 우리나라로 치면 논개와 같은 인물로 아시리아 적장을 유혹해 목을 베고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여러 화가에 의해 그려졌다. 그러나 클림트는 젖가슴을 풀어 헤친 채 뇌쇄적 눈빛을 보내는 여인으로 역사상 유례없는 유디트를 탄생시켰다. 특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남성의 얼굴 반쪽을 제외하면 살인 행위에 대한 어떠한 직접적인 언급도 담고 있지 않아 유디트의 초상화에 가까워 보인다.

오히려 승리감에 도취되어 황홀경에 빠져 있는 여인으로 표현해 보는 이들을 에로틱한 상상으로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성스러운 신앙과 정의의 사도를 퇴폐적인 여인으로 탈바꿈시킨 클림트의 도발은 그를 지지해준 후원자들까지도 등 돌리게 만든 스캔들인 동시에 여성의 누드를 성적 대상이라기보다 능동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세기말이었던 당시 ‘여성의 남성 지배’가 대표적인 화제였으니, 클림트의 도발은 오히려 트렌드에 걸맞은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클림트에 의해 도도하면서도 신비롭고, 유혹적인 자태로 남성을 끌어들이는 마력의 여인상으로 그려진 유디트는 ‘팜므파탈’의 전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잔다르크’와 ‘나쁜 여자’로 대변되는 팜므파탈, 극과 극의 모습 중 유디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글쓴이 이수민씨는…
현재 상명대 외래교수이며 동강국제사진제, 강원다큐멘터리사진사업, 서울사진축제 등 많은 전시와 페스티벌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예술이 우리 일상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고 믿으며, 현대 예술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예술평론가다.

CREDIT INFO
기획
이현경
2014년 12월호
2014년 12월호
기획
이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