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발병하는 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이며 세계적으론 2분마다 1명씩, 국내에선 하루에 3명씩 사망하는 대표적인 여성암이다. 이 질환은 암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명확해 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의하면 남녀가 HPV에 감염될 Lifetime Risk는 최소 50%
전 세계적으로 대략 11.4%의 여성이 HPV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전 세계 여성암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피부 접촉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대한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HPV는 여성 10명 중 8명이 일생에 한 번은 걸릴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다. 성관계를 일찍 시작했거나 성관계를 가진 사람이 여럿인 경우, 사회·경제적 상태가 낮은 경우에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외에도 본인이나 배우자의 위생 상태, 흡연 등도 원인 인자로 작용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150여 종 이상의 HPV가 관찰됐으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바이러스는 약 15종인 것으로 보고됐다. 이 중 HPV16과 HPV18 두 가지는 자궁경부암에서 약 70%가 발견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시판되는 예방 백신을 접종하면 이 두 가지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HPV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 효과는 최대 98%에 달한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HPV로 유발되는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가가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하는 나라들의 HPV 백신 접종률을 살펴보면 미국(13~17세)은 57%, 영국(12세~20세)은 75.4%, 호주(12~17세)는 무려 83%에 달한다. (1차 접종 완료 기준)
HPV 백신 접종률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불안감만 조성된
자궁경부암 백신의 안정성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일본에서 자궁경부암의 접종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이후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백신의 접종이 2012년 4분기 대비 2013년 4분기에는 43%가량 줄어들었다.
이미 지난해에 일본 식약청과 세계보건기구는 이상 반응과 백신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해당 증상과 자궁경부암 백신은 관계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자궁경부암 백신에는 이상이 없다는 발표를 했지만 한 번 생긴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것 같다.
반면, 캐나다(18.7%), 이탈리아(14.2%)는 같은 기간에 백신 접종이 오히려 증가했고, 미국(0.1%)과 독일(0.4%)은 비슷하거나 근소하나마 증가해 불안감이 일본과 우리나라에 국한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소아과학회(AAP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질병통제예방센터(CDC ; Center of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예방접종 자문위원회(ACIP ;Advisory Committee for Immunization Practice)에서는 11~12세 소녀에게 의무적으로 HPV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해 이상 증상과 백신이 관계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제때 접종하고 예방하자
HP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바로 암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매해 정확한 검진을 통한다면 자궁경부암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HPV 백신을 맞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궁경부암은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어 암 중에서 유일하게 백신이 있는데도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 사례로 인해 암을 예방하기 꺼려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정확하지 않은 사실과 루머로 인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면 올해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성인의 경우 3회 접종을 완료해야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회만 접종하고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서 앞서 접종한 백신의 접종 비용은 날리게 되는 셈이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마지막 접종으로부터 1년 이내에 접종을 다시 시작해 완료하면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지난해 접종을 실시하고 미루고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접종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HPV는 면역력이 약할수록 더 위험하다. 그래서 HPV 예방백신은 가장 면역력이 좋을 때 맞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도 HPV에 감염되면 항문암, 음경암, 두경부암, 더 흔하게는 생식기 사마귀에 걸릴 수 있어 여성과 함께 접종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 가격도 많이 낮아졌다. 2007년 도입 당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1회 접종가는 25만원 내외였다. 예방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3회에 나눠 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접종을 마치기까지 70만원 이상 지출해야 했다면, 최근에는 이 백신의 1회 접종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접종 기관, 혹은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07년에 비해서는 확실히 저렴하게 접종할 수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는 2회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발표돼 2회 접종하는 일정이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 전이라면 서둘러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비용과 효과 모든 측면에서 유리하다.
자궁경부암 백신 관련 Q&A
Q 1차 접종을 한 지 1년이 지난 경우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3차까지 접종을 완료해야만 충분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방접종 일반 지침(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여러 번의 접종이 필요한 백신의 경우 접종 간격이 미루어진다 하여 예방 효과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자궁경부암 백신의 임상권고안(대한부인종양학회)에 의하면, 접종 일정이 지연된 경우 다시 백신 일정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지연된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빨리 남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연령별 HPV 감염률
대한부인종양학회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18~79세, 여성 6만775명을 대상으로 한 HPV 감염 실태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의 34.2%(2만787명)가 HPV에 감염돼 있었다. 특히 HPV 감염률은 18~29세에서 49.9%로 가장 높았다.
Q 일본에서 보고된 이상 반응과 백신은 아무 관계가 없나?
국제기구, 일본 후생성, 우리나라 식약처 모두 인과관계가 없다고 발표했다. WHO 산하단체인 국제백신안전성자문위원회(GACVS)는 HPV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이 결과는 현재 시판 중인 두 종류의 HPV 백신 접종 후 보고된 모든 이상 반응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이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국가 백신 접종 프로그램 등을 통해 1억7천5백만 도즈(성인 1회 접종량) 이상의 HPV 백신이 배포됐다.
일본은 호주, 영국 등과 함께 자궁경부암 백신을 학교에서 집단 접종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이상 반응이 심인성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사를 맞을 때의 통증이 심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집단 접종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9년 11월 대만에서는 독감 예방 주사를 맞다가 46명이 응급실로 실려갔으나 모두 백신과의 인과관계는 없었다. 집단 접종 과정에서의 긴장과 불안이 불러온 심인성 이상 반응이었다.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나라에서 매일 3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