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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의 귀농기, 밥 한끼 하시죠?

아무렇게나 때우던 도시의 한 끼는 가라. 시골에서 하루 세 번씩 거쳐 가는 밥 한 끼를 위해 환상의 커플이 다시 뭉쳤다. 나영석과 이서진이다. 예능신 나영석을 만났다.

On December 05, 2014


<삼시세끼>는 도시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가장 어렵게 해보는 야외 버라이어티다. 연예인(이서진, 옥택연)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시골에 살면서 직접 농사도 지어보고 가축도 길러보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영석 PD는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꽃보다> 시리즈 다음 프로그램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선택했고 그것이 바로 <삼시세끼>다. 방송 아이템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만 같은 평범한 일상이 시청자를 웃기는 ‘대박 아이템’으로 변신한 셈이다.

반응은 역시 뜨거웠다. 4.29%(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로 시작하더니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방송 5회 만에 7%에 가까운 자체 최고 기록을 만들어냈다. 닐슨코리아와 CJ E&M이 공동 개발한 콘텐츠 파워 지수 CPI(Content Power Index)에 따르면 <삼시세끼>의 인기는 KBS2 <개그콘서트>나 MBC <우리 결혼했어요 4>, SBS<일밤-런닝맨>보다 높다. 지상파를 압도하는 파급력, 나영석 PD는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2연타를 날리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미다스가 됐다.

<삼시세끼>의 절반은 편집에 의해 탄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골 마을에서 이틀 혹은 사흘 정도 머무르며 있었던 일을 촬영한 테이프를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르고 붙이고, 그 안에 CG(컴퓨터 그래픽)나 자막 등을 넣어가며 만들어낸 것이 바로 <삼시세끼>다. 방송 관계자들은 “<삼시세끼>는 나영석 PD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이 먹고 자고 대화하는 모습만 가지고 이런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나영석 PD만의 능력”이라고 칭찬한다.

“촬영장에서는 저도 ‘과연 이게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편집해야 재미있을까’ 싶어요.(웃음) 편집 후에 방송될 내용을 궁금해하면서 촬영하죠. 촬영 PD가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편집해야 할지 고민해요. ‘이런 스토리로 가자’, ‘이번에는 이 느낌을 더 살리자’ 등의 회의를 거치는데 대부분 젊은 PD들의 역량이 상당해요. 확실히 젊은 친구들이 아이디어는 더 좋더라고요.”

속고 속이는 두 사람

‘미대 오빠’ 이서진과 ‘짐승돌’ 옥택연의 좌충우돌 귀농기는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소다. <꽃보다 할배>를 통해 본 이서진의 예능감과 무대 위 옥택연의 매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만들어낼 시너지는 나영석 PD가 둔 한 수였다.

“처음에는 걱정했어요. 두 사람이 나이 차가 18살이거든요. 띠동갑도 훨씬 넘는 나이 차에 서로 거리감도 없지 않았죠. 둘을 섭외했던 이유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면서 어느 정도 친분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서먹한 느낌이 있어 걱정했어요. 평소 이서진씨가 옥택연씨를 ‘열정적이다’라고 칭찬한 것도 캐스팅에 작용했고요.(웃음) 지금은 서먹함 없이 굉장히 친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방송해야 하는 제작진으로서, 또 촬영 현장에서는 지켜만 봐야 하는 제3자 입장에서, 그리고 재미있어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두 사람이 무언가에 몰입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물가에 박스를 가져가서 냉장고를 만든다든가 읍내 철물점 아들과 친구가 되어 오는 것은 저희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에요. 뭐가 재미있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그들만의 영역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갈 때 희열을 느끼죠. 아, 첫 촬영 날 처음으로 그 집에서 자야 했을 때 두 사람이 가장 당황하더라고요. 그 모습이 저희는 너무 웃겼죠.(웃음)”

지금까지 이서진과 옥택연의 보금자리에 다녀간 스타는 윤여정, 최화정, 류승수, 신구, 백일섭, 김광규, 김지호, 고아라 등이다. 윤여정과 최화정은 여배우 포스를 남긴 채 떠났고, 김광규와 류승수는 이서진에게 욕만 먹고 갔다. 고아라는 옥택연의 볼을 붉게 물들였는데, 대부분 이서진과 친분이 있는 스타라 왠지 모르게 이서진이 게스트 섭외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냄새가 난다.

“아마 <참 좋은 시절> 출연 배우가 많이 나와서 이서진씨가 초대하는 것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정말 착각이에요. 게스트 섭외는 전적으로 제가 다 합니다. 이서진씨는 누가 오는지, 오기는 하는지 전혀 몰라요. 진짜 리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알리지도 않고, 동의를 구하지도 않죠.”


벌써부터 <삼시세끼> 겨울판을 기획 중이라는 나영석 PD에게 인기 비결을 물으니 “시청자분들이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겠죠”라고 에둘러 말했다. 뒤돌아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시골에서의 2박 3일은 꿈같은 일인데, 그 꿈같은 일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이다. 나영석 PD는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싶은, 아무런 위기도 없이 흘러가는 삶을 보며 한숨 돌리고 싶은 현대인들이 <삼시세끼>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나영석 PD가 요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전적으로 이서진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 할배들(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의 입맛에 맞는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서툰 솜씨로 고군분투하는 이서진의 모습에서 <삼시세끼>를 착안했다. 고로 <삼시세끼>는 이서진 전용 ‘힐링’ 프로그램인 것.

“이서진씨는 제가 좋아하는 형이에요. 예능인으로서 이서진씨의 매력은 신기할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나 실제에서나 똑같다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뽑아내고 싶은 욕심이 드는 배우죠. 이서진씨도 저를 통해 잠시 외도하고 있는 것 같고요.(웃음) 유학파 출신으로서 도회적 이미지를 지닌 이서진씨가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반면에 <삼시세끼>의 세 끼를 책임지는 이서진은 “나영석 PD는 나에게 무의미한 존재다”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농촌 생활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그는 공식석상에서 누누이 “2박 3일 동안 직접 채소 농사를 지으면서 자급자족하고 있는데 정말 힘든 작업이다. 초보 농부로서 나영석 PD의 꼬임에 넘어가 함께 <삼시세끼>에 합류했다”고 툴툴댔다. 그러면서도 “농업 달인들에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고 귀농 생활의 열정을 불태우는 그다.

이서진과 나영석 PD의 케미는 <꽃보다 할배>를 통해 입증됐다. 속고 속이고, 뺏고 빼앗고,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화도 냈다가 애교도 부려봤다가.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두 사람의 ‘티격태격’은 미국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다.


이서진이 언론 보도를 통해 <삼시세끼> 출연 여부를 알게 됐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요리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하니까 ‘좋은 건가?’라고 생각했다가 두 시간 만에 농촌으로 간다고 하니 ‘아, 또 속았구나’라고 생각했던 거죠. 제가 당당할 수 있는 건 방송을 위해 몰래카메라를 찍거나 하지는 않았거든요. <꽃보다 할배> 때 워낙 힘들었기 때문에 편안한 촬영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파악해보니 고생문이 훤하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저 인간한테 또 속았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저는 속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속고 속는 관계, 톰과 제리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두 사람. 하지만 끈끈한 동료애도 느껴진다.

“이서진씨가 겉으로는 상당히 툴툴거리고 차갑게 굴지만 굉장히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예요. 보통 연예인들은 나이 어린 스태프는 잘 몰라요. 그런데 이서진씨는 스태프 한 명 한 명, 얼굴부터 이름까지 다 외우고 있죠. 누군가 다른 스태프가 새로 오면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으며 소개해달라고 할 정도로 눈썰미도 있고요. 저랑 티격태격하는 건 방송을 위한 재미죠. 프로그램을 함께 해오면서 서로에 대해 믿음도 생겼고요. 그만큼 친해졌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나영석 PD는 <삼시세끼>를 마친 후 곧바로 <꽃보다> 시리즈 제작에 돌입한다. <삼시세끼> 겨울판도 동시에 진행하려 한다는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나영석 PD 표 ‘시청자에 의한, 시청자를 위한, 시청자의 방송’을 기대해본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취재
이예지
사진
박원민, tvN 제공
2014년 12월호
2014년 12월호
기획
하은정
취재
이예지
사진
박원민,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