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고기가 몸에 안 좋을 거라 생각하고 고기 먹는 것을 꺼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기 소비량은 많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장수촌 중 하나인 오키나와는 돼지고기 연간 섭취량이 70kg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kg에 불과합니다.
풀만 먹고 사는 초식동물을 보자면 섬유질로 이루어진 풀은 장에서 바로 흡수할 수 없습니다. 풀에서 곧장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소는 4개의 위(胃)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의 위는 소화 작용을 한다기보다 미생물들의 서식처라고 보면 됩니다. 미생물들이 소가 먹은 풀을 탄수화물, 단백질같이 소가 바로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그다음 뒤에 있는 위에서 이렇게 만들어진 영양소들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반추동물인 소나 코끼리들은 위장 크기가 커야 미생물이 많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대개 몸집이 큽니다.
위장이 크지 않은 말이나 토끼는 본인의 대변을 먹는 분식을 합니다. 풀을 한 번에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 번에 걸쳐 영양분을 얻는 과정이 있는 것인데요. 소화하는 데 온종일 에너지를 소비하도록 진화된 동물들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육식에 적합한 소화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끔 설계된 소화관이 아닙니다.
사람은 육식을 함으로써 얻는 이점이 있는데요. 식물성 단백질은 그 종류나 양이 부족한 데 비해 고기에 있는 단백질은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고기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보기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어떤 조건으로 먹는지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300g의 고기를 한 번에 먹기보다는 100g씩 나눠서 자주 먹는 것이 좋습니다. 소량이라도 매일 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요. 인체는 한 번에 많은 양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적은 양의 고기나 생선을 먹기를 권장합니다.
그런데 적은 양의 고기만 먹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먹으면 배가 부르게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요. 그래서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소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고기의 영양 성분 흡수를 도와주기도 하고 섬유질이 포만감을 유도합니다. 인체 내에서 배부름을 느끼는 곳은 2군데가 있는데요. 하나는 뇌에서 포도당의 농도로, 다른 하나는 위장 내 압력으로 포만감을 느낍니다. 최근 방송에 소개되었던 거꾸로 식사법를 보면. 채소 반찬→고기 반찬→밥의 순으로 먹게 되는데요. 이렇게 하면 실제로 식사량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생채소나 샐러드를 먼저 먹고 고기반찬을 먹으면 위장의 압력 때문에 금방 배가 부른 느낌이 듭니다.
고기는 훌륭한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입니다. 이는 호르몬, 소화효소, 그리고 모든 세포에 이르기까지 인체의 구성 성분이 되는데요. 한 번에 과식하고 며칠을 쉬었다 먹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챙겨 먹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한의사 김수경은…
진료 전문 10년 차 한의사. 한약만큼이나 식생활 개선을 강조하며, 블로그 ‘한의사 김수경의 착한 밥상’(blog.naver.com/kidzfood)을 운영 중이다. 2008년 개그맨 이윤석과 결혼한 7년 차 주부로 ‘남편 건강 프로젝트’를 몸소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