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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여인들 여덟 번째

좌절과 고통이 만들어낸 걸작

On November 04, 2014

뭉크의 불안한 심경이 드러난 대표작 ‘절규’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더불어 많은 예술가와 미디어에 의해 패러디되는 명화가 바로 뭉크의 ‘절규(Scream, 1893)’다. ‘절규’는 ‘인간 실존의 고통과 불안을 표현한 걸작’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러나 인간의 실존을 고민하며 그린 화가가 한둘도 아니고 더구나 이렇게 단순하고 괴상한 그림이 명화라는 사실은 의문스럽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뭉크가 활동할 당시인 19세기 말의 ‘세기말적 현상’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설렘만이 아니라 일종의 공포를 느꼈듯 세기말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예술가들의 창작욕을 자극했다. 더구나 정식 아카데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아 예술적 규율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뭉크에게는 세기말의 혼란이 더욱 강한 예술적 영감으로 이어졌다.

지옥의 불길 같은 혼란스러운 광경을 배경으로 절규하는 자신의 모습을 해골로 표현한 그림 ‘절규’에서는 뭉크 자신만이 아니라 세기말 인간들의 정신적 갈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뭉크의 여성 혐오 심리가 나타난 ‘마돈나'


뭉크의 작품은 대부분 암울하고 괴이하다. 그래서 화가의 불안정한 심리를 추측하게 되는데, 실제로 그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누나를 결핵으로 잃고 누이동생이 정신병에 걸리는 불행을 경험한다.

또 종교적으로 억압적이던 아버지와 남동생조차 뭉크가 어렸을 때 죽었으니 그의 내성적이고 비관적인 성격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뭉크의 어린 시절을 가득 채운 죽음의 공포와 질병에 대한 불안증은 평생 그를 따라다니며 작품에 영향을 끼쳤고 사랑에도 큰 걸림돌이 되었다.

뭉크의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연상의 유부녀 헤이베르그였다. 팜므파탈이었던 그녀는 뭉크에게 배신과 좌절의 고통을 심어주었고, 이후 연인이었던 다그니도 뭉크의 친구와 결혼하게 되면서 그의 여성 혐오는 극에 달한다.

그런 심경을 표현한 작품이 바로 ‘마돈나(Madonna)’ 시리즈인데, 특히 가장자리가 태아와 남성의 정자로 보이는 그림으로 둘러진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이 그림에서 여성은 고통과 황홀경을 오가는 오묘한 표정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사랑스럽지만 결과적으로 고통을 준 여성에 대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우울하고 냉소적인 뭉크에게서 과연 어떤 여인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상대방의 문제이기보다는 스스로 불안정했던 뭉크는 화가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해 외로운 노년기를 보내다 홀로 죽음을 맞았다.

연인이 떠나서 괴로운 게 아니라 연인을 떠나게 하는 자신에 대해 분노했던 뭉크. 사랑의 행복을 외면한 채 절망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뭉크를 자극제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그처럼 외롭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글쓴이 이수민씨는…
현재 상명대 외래교수이며 동강국제사진제, 강원다큐멘터리사진사업, 서울사진축제 등 많은 전시와 페스티벌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예술이 우리 일상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고 믿으며, 현대 예술에 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예술평론가다.

CREDIT INFO
기획
이현경
글,사진
이수민
2014년 11월호
2014년 11월호
기획
이현경
글,사진
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