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박시연은 수년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온 혐의로 연예계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벌어진 공판에서 부양해야 할 자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실형은 면할 수 있었지만 청순했던 그녀의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났고 재기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 그녀가 1년 6개월 만에 TV조선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복귀를 선언, 대중 앞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배우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언젠가 다시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저도 처음 드라마 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과연 해도 될까?’를 수없이 생각했죠. 그런데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던 앵커가 실수로 임신하고 아이를 위해 비혼모로서의 삶을 결정하는 모습이 지금의 제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대중에게 실망감을 드린 후 아이를 가진 셈이니.”
박시연은 쉬는 동안 묵묵히 죗값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딸과의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정과 육아에만 전념했다.
“나름 바빴습니다. 독거노인들을 돌봐드리고 불우이웃을 위한 바자회를 진행했어요. 임신 직후부터는 미혼모센터에 기저귀, 분유, 생필품들을 전달했어요. 사실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계획하고 실천했던 것들인데 마치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하는 것처럼 보여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다 제 잘못이니…. 집에서는 최대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죠. 저희 집에는 TV가 없다 보니 연예인이었다는 것도 잊어버리게 됐죠. 그냥 한 가정의 가장을 기다리는 평범한 아내이자 아이 엄마였어요.”
태어난 지 이제 막 1년이 돼가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좀 더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박시연은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
“아무래도 제가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제 기사마다 악성 댓글이 수없이 달렸어요.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인데도 이번에는 힘들더군요. 남편이 그런 제 모습을 눈치챘는지 옆에서 항상 신경 써주더라고요. 회사에서 퇴근하고 와서 힘들 텐데도 맛있는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술도 한잔하자고 하고.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도 고심하고 있을 때 남편은 ‘네가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잖아. 열심히 해봐’라고 말하며 저에게 힘을 불어넣어주었죠.”
확고한 결심이 서고 나서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일단 가장 시급한 것은 출산을 하고서 몸 관리를 하지 않아 망가진 몸매였다.
“출산 후 보니 22kg이 늘어 있었어요. 모유 수유하면 빠지겠지 했는데 단 1kg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나서는 아예 밀가루 음식은 끊고 저염 식단 위주로 아침에는 삶은 양배추와 미역을, 저녁에는 낫토를 먹었어요. 배고플 때는 고구마만 먹었죠. 그리고 근력 운동은 일주일에 3회씩 하고 유산소 운동은 틈나는 대로 했어요. 아이가 잠깐 낮잠을 잘 때면 얼른 나가서 30분씩 뛰고 오니 그때부터 체중이 줄어 지금은 임신 전 체중과 비슷하게 됐어요.”
연예인의 삶마저도 잊고 살다가 촬영 현장에 복귀해서 스태프들이 자신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게 느껴졌다는 그녀.
“드라마 속 ‘차기영’은 늘 당당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앵커 역이잖아요. 아는 지인 중에 아나운서가 있어 촬영 들어가기 직전 1개월 동안 개인교습을 받았어요. 그래도 컴백작인데 최선을 다하고 싶었거든요. 첫 촬영 날이 기억나요. 세트장은 스태프와 촬영 관계자들로 북적거리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그렇게 사람 많은 장소를 안 가본 지가 하도 오래돼어서.(웃음) 제가 여주인공이다 보니 스태프들이 항상 저를 챙겨주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그제야 ‘내가 진짜 연기를 하긴 하나 보구나’ 하고 실감했죠. 다시 연기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이었어요.”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그녀는 자신이 보듬고 교육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대한 늦춰서 유치원을 보낼 생각이다. 그녀의 최대 꿈은 친구 같은 엄마가 돼서 함께 고민을 의논하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님 두 분 모두 굉장히 엄격하셔서 고민이 있어도 잘 털어놓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저는 아이를 좀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요. 유치원을 빨리 보내는 것이 아이 교육에 도움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보다는 물소리, 바람소리, 나무 냄새, 흙의 감촉을 느끼게 해주고 싶네요.”
오랜만에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조심스러운 박시연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팬분들에게) 한 번에 용서해달라고 할 마음은 없어요. 공인으로서 분명 큰 실수를 했으니까요. 이제 서른 중반, 아직도 30년은 더 연기를 해야 하니 차근차근 갚아나갈 생각입니다. 먼 훗날 제가 원로배우가 됐을 때 젊은 여배우들이 ‘박시연’이란 배우를 기억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