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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만에 읽는 역사 스캔들 다섯 번째

왕의 하루

On August 04, 2014

태조_58세에 왕위에 오른 태조 이성계.(왼쪽)
영조_ 52년 동안 왕위에 머물러 최장기간 기록을 세운 영조.(오른쪽)


조선의 왕비들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국왕의 삶은 어땠을까? 가장 힘 있는 사람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았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이어지는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조선 국왕 27명의 평균수명은 47.2세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임금님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자.

왕의 하루는 조선의 통금 해제 종소리, ‘파루’와 함께 시작된다. 이때가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 일어나면 보통 간단한 죽으로 요기를 하고 웃어른께 문안을 드렸다. ‘효’는 조선 사회를 유지하는 근본 질서였기 때문에 왕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이때 먹는 죽은 우유와 불린 쌀을 함께 끓여 내는 타락죽부터 녹두를 갈아 넣은 녹두죽, 율무죽, 부추죽, 흑임자죽 등 수십 가지다.

국왕의 공식 일과는 경연부터다. ‘경연’이란 임금과 신하가 함께 유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왕의 독주를 막고 유학의 이념에 따른 통치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였다. 그래서 경연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세 번이나 실시했다. 물론 경연 시간에 유학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임금과 신하가 함께하는 시간이니 공부와 더불어 중요한 국정에 대한 논의도 같이 이루어졌다.

아침 경연(조강)을 마치면 수라상을 받아 속을 든든히 채운 뒤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주요 대신들과의 조회, 행정 부서에서 돌아가면서 하는 업무 보고와 회의, 신하들 접견 등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

오후에는 지방으로 부임하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신하들과 면담을 하고 4시 무렵에는 궁궐의 야간 숙직자를 확인한 뒤 암호를 정해준다. 저녁 식사 후에는 다시 궁궐의 웃어른께 문안을 드린 뒤 전국에서 올라온 상소문을 읽거나 독서를 하다가 자정이 다 되어 잠자리에 든다.

고종_고종의 어진에서는 서양화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언뜻 봐도 공부와 업무의 연속이다. 물론 매일 틀에 박힌 일상이 이어진 것은 아니다. 한가한 오후에는 활쏘기나 격구, 사냥을 즐기기도 했고 가끔은 신하들과 함께하는 잔치를 열어 군신 간의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은 세종이나 성종, 정조 같은 임금들이나 빠짐없이 지켰던 것이고, 연산군 등은 유학 공부를 하는 시간 따위는 없애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왕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왕의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다.

그렇다면 왕도 사람인데 휴가는 없었을까? 불행히도 왕에게 공식적인 휴가는 없었다. 명절이나 고위 관리가 죽었을 때 며칠 동안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이렇듯 과로에 시달린 조선의 왕들은 각종 질병에 걸려 보통 이른 나이에 죽었으니, 조선의 국왕으로 태어난 것을 꼭 행운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글쓴이 구완회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역사학도로서 저서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이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청소년 권장도서, 경기도 교육청의 수행평가 추천도서 등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역사책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중학생을 위한 딱 2시간 한국사>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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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전유리
2016년 04월호
2016년 04월호
기획
전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