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정윤이 전무와 현대하이스코 신성재 사장이 이혼했다. 현대가의 든든한 재목으로 손꼽히던 신 사장은 더 이상 현대가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현대하이스코 경영진의 구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정윤이(46세) 전무와 현대하이스코 신성재(46세) 사장이 이혼했다. 지난 7월 15일 법조계와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정 전무와 신 사장은 올해 1월 서울가정법원에 조정이혼을 신청해 지난 3월 이혼을 확정했다. 현대가의 든든한 재목으로 손꼽히던 신 사장은 더 이상 현대가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이에 현대하이스코 경영진의 구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5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그로부터 3년 뒤인 1998년 정 전무를 만나 결혼한 신 사장은 이후 초고속 승진을 하며 주위의 시기 어린 눈총을 받아야 했다. 사람들은 이런 초고속 승진이 ‘신 사장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남다른 신임’ 때문인지, 그저 ‘정 회장의 사위이기 때문’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신 사장은 세간의 입방아에 개의치 않았고, 자신의 경영 능력을 증명해가며 현대가 내부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신 사장은 회사 내부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가정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16년여간 결혼생활을 이어왔지만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는 않았던 것.
특히 이혼하기 수년 전부터 두 사람은 별거하면서 서류상으로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간단하게 조정이혼이 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두 사람은 이혼조정안에 따라 재산분할은 하지 않으며, 자녀에 대한 양육권은 엄마인 정 전무에게 돌아갔다.
신성재 사장은 그간 현대하이스코의 성장을 도모한 주역으로 평가 받아왔다.
현대가가 신 사장을 내쳤다? vs 신 사장이 현대가를 등졌다?
기업가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뚜렷한 지표는 ‘매출액’일 것이다. 신 사장이 처음 임원으로 승진한 2001년 1조 4천억원대에 불과하던 현대하이스코의 매출액은 지난해 4조원 이상까지 늘었다. 매출이 거의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영업이익은 2001년엔 1157억원을 기록했으나 10여 년 뒤인 2013년엔 1610억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778억원에서 1조 6088억원까지 뛰었다. 이로써 신 사장은 현대가에서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현대하이스코의 성장을 도모한 주역으로 꼽혔다. 더불어 현대차그룹 후계자인 정의선 부회장을 도와 그룹을 이끌어나갈 인재로 인정을 받았다. 이렇듯 경영에 있어 좋은 성적표를 내던 신 사장이었기에 두 사람의 이혼에 여론은 갖가지 의문점을 제기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제기되는 설은 현대가가 현대차그룹의 후계자이자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위인 신 사장을 내쳤다는 설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부문이 ‘일관제철 사업의 경영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열연·냉연강판 생산 공정의 통합 필요’라는 명목 아래 현대제철에 넘어갔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고 그만큼 신 사장은 그룹 내에서 입지가 줄었다. 더불어 현대하이스코 매출의 약 65%를 차지하던 냉연 부문이 현대제철로 넘어가자 성장 동력이 크게 줄었다. 실제로 6284억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은 1037억원으로, 자본 역시 1조9165억원에서 5450억원으로 3/4가량 줄었다.
이 때문에 기업을 키울 대로 키운 뒤 아들에게 승계하고, 필요 없어진 사위는 버린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으며 심지어 신 사장의 경영 능력을 눈 여겨본 정몽구 회장이 딸과의 결혼부터 이혼까지 모두 철저하게 계산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두 번째로 제기되는 설은 신 사장이 먼저 현대가를 등졌을 거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15년간 현대하이스코의 큰 성장 동력인 냉연 부문을 빼앗기자 신 사장의 입지가 흔들렸고, 신 사장은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으로 인해 힘들어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부부가 마주칠 때마다 마찰을 일으켰을 거라는 추측이다.
한 재계 인사는 “밭을 빌려 열심히 잘 가꾸어놓았더니 이제 와서 밭이 참 좋다며 주인이 덜컥 빼앗아가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15년간 열심히 가꾸어놓은 밭을 빼앗긴 마음이 어떨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도 말했다.
이혼 절차가 깔끔하게 이뤄졌다고 해서 둘과 관계된 것들까지 간단하게 정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둘의 이혼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삼우와 현대차그룹의 관계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 사장은 1999년 현대차·기아차의 1차 협력사로 있다가 2008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삼우의 신용인 회장 아들이다. 그간 삼우는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크게 성장해왔으며, 지난해엔 매출 9063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하면서 현대차그룹과 첫 거래를 시작한 1997년보다 70배 이상의 매출과 113배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삼우와 현대차그룹이 이들의 이혼으로 인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이혼은 정몽구 회장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평소 신상필벌의 원칙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10년 넘게 그의 옆을 지킨 인물들은 파벌보다 능력을 통해 오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정 회장의 이런 평판이 바뀔 수도 있다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를 성공적으로 일궈온 신 사장을 내쳤다는 소문에 ‘공정한 리더’라는 평가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가는 이런 무성한 소문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이들의 이혼 소식이나 소문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이어서 우리도 알지 못했었다”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알고 있는 것이 없다”며 더 이상의 대화를 원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