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입덧을 같이 한다거나, 심지어 출산 때 진통도 같이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저와 남편은 신체적으로 비슷한 증세를 겪는 경우가 자주 있어 저희끼리는 ‘링크돼 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신했을 즈음부터 링크가 강화되더니 결혼 12년 차인 요즘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남편이 연일 이어지는 공연을 하고 났더니 제 성대에 폴립이 생겨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습니다. 노래는 남편이 했는데 폴립은 전업주부이던 제게 생겨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남편이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해”라고 말할 때쯤이면 희한하게 제 월경 기간입니다. 입덧도 함께 할까봐 걱정했는데 못 먹는 입덧 말고, 잘 먹는 쪽 입덧을 같이 하더군요.(웃음) 덕분에 임신부인 저와 남편의 체형이 닮아가는 몹쓸 링크 기간도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다가 편두통이 심하거나 어깨가 아파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같은 시각에 남편도 두통이나 어깨 통증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반복되자 저희 부부는 서로 일부분이 링크돼 있다고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는 남편이 신곡을 발표하기 직전이라 음악 작업에 초집중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작사, 작곡, 편곡, 다양한 악기 소리 녹음, 믹싱, 엔지니어링 등 모든 작업을 남편이 혼자 다 하며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니, 물론 링크된 제게도 영향이 왔습니다.
최근 몇 주간 베이킹에 푹 빠져 매일 빵을 구워댔거든요. 제빵기도 없이 간단하게 집에서 빵을 구울 수 있는 레서피를 일본 출장 때 구해온 덕분에 드라이이스트와 밀가루만 구매하면 나머지 재료는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재료로 아주 쉽게 빵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완성한 빵을 며칠째 귀가하지 못하고 작업실에 있는 남편에게 배달했습니다. 남편은 매일 조금씩 빵의 재료와 모양, 크기, 식감이 바뀌는 것을 음미하며 ‘주식회사 원희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더군요.
빵만이 아닙니다. 태국식 음식과 이것저것을 계속 만들어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다 남편의 창작 기간 덕분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쩐지~ 자꾸 뭐가 만들고 싶더라니까요! 덕분에 제빵에 재미를 붙여 이젠 밀가루 말고 쌀가루로 영역을 넓혀볼 생각이고, 쌀은 반죽을 거의 1시간 동안 치대야 한데서 제빵기 구매 또한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그렇게 ‘원희손’은 남편이 작업실에 있는 동안 더더욱 번창해가고 있습니다.
‘주식회사 원희손’의 따끈한 신상.
글쓴이 윤원희씨는…
가수 신해철의 아내이자 지유(9세)·동원(7세)의 엄마. 재일교포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일본 지점에서 근무했다. 결혼 13년 차 슈퍼맘으로 강남 생활을 접고 현재는 경기도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