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을 앞둔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 열풍이 뜨겁다. 이미 서점가는 정도전 관련 서적으로 뒤덮였고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30~40대 남성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드라마 내용을 두고 이야기꽃을 피우기 일쑤다. 여성 시청자들은 <정도전>을 통해 지루하게만 느끼던 정치를 이해하고 있다.
<정도전>이 단순한 인기 사극을 넘어 호평받는 이유는 우리네 정치 현실을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10여 년간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했던 정현민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묘하게 현실 정치를 떠올리게 했다.
“네 죄가 아니다. 백성의 목숨조차 지키지 못한 이 빌어먹을 나라의 죄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 군주는 가장 가벼운 것이라 했습니다. 해서 백성의 고통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땅바닥에 시구렁창 깔고 앉아 있으면 그 집이 바로 설 수 있겠습니까?”
“힘없는 백성들이 기댈 곳은 미우나 고우나 정치뿐입니다” “정치의 소임은 절충입니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공격을 서슴지 않는 것은 야만이란 말입니다” “참으로 나약해 보이지만 더없이 끈질기고 강인한 존재. 그게 백성들일세” 등 주옥같은 명대사는 현대의 시대상과 맞물려 시청자들의 심장을 파고들며 여운을 남겼다.
또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정도전이 기득권 타파와 민생 안정에 힘쓰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선물했다. 주인공 정도전 역의 조재현은 “시청자들이 지금의 정세를 극 중 난세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2014년 대한민국에 대한 불만, ‘지금 같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단순히 사극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예의 주시하면서 보는 듯하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정통 대하사극의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정치 사극의 묘미를 살리고, 시청자들에게 ‘참지도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정도전>. 6월 29일 종영하는 <정도전>이 최종회에서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길지 기대가 모아진다. 토·일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
“참으로 나약해 보이지만 더없이 끈질기고 강인한 존재. 그게 백성들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