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프린트 홀터넥 롱 드레스·뱅글 모두 도호, 파이톤 웨지 힐 세르지오 로시.
플라워 모티브 레이스 슬리브리스·시폰 와이드 팬츠·뱅글 모두 도호.
한 길 사람 속은 몰라도
한 치 김성령 속은 안다
여배우에 대한 환상이란 거, 에디터라고 없을 리 없다. 하지만 환상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여배우들과 화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두 번 만나고 싶은 이를 만나는 일은 좀처럼 드물다.
까칠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 초장부터 당신은 여배우, 나는 에디터로 정리되기도 하지만 때론 훌륭한 애티튜드를 유지한 여배우에게조차 호감을 갖지 못한다. 그 상냥함이 다분히 교과서적인 경우에 그런 것 같다. 뇌가 섹시한 여배우라면 그 미모와 지성에 매료되어 다소 성격이 지랄 맞아도 반하기도 한다.
김성령은 내가 알던 여배우들의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않는 첫 번째 유형이다. 가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이토록 진부한 문장을 지면에 담고 싶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쓸 수밖에 없다니. 이를 방증하기 위한 3박 4일간의 정황을 늘어놓자면 이 지면이 모자랄 정도라고나 할까.
트로피컬 프린트 풀오버와 배기팬츠 도호, 레더 스트랩 샌들 유나이티드 누드.
블루 슬릿 롱 드레스 도호, 볼드 링 사만타윌스, 언밸런스 힐 유나이티드 누드.
솔직함에 마지노선이 없는 여배우
아무리 에디터 관상이 비밀을 잘 지키게 생겼다 쳐도, 그래도 여배우이면서 저리 무장해제 해도 될까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헤어·메이크업을 곱게 마치고 촬영을 위해 첫 번째 의상으로 갈아입더니 화들짝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마흔여덟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늘씬한 여신 몸매를 하고선 “미안! 나 급히 오느라 ‘겨털’ 못 밀고 왔다”며 욕실로 총총 사라졌다. 이제 너무 친해져서 ‘가족 같다’는 스태프는 모두 아무렇지 않게 각자의 일을 할 뿐, 얼굴이 빨개진 건 에디터뿐인가 하노라.
“어쩜 이리 안 늙느냐”는 진심 어린 찬사를 보냈을 때도 “무슨~. 나 보톡스도 맞았어. 그래도 눈가가 자글자글 하잖아” 한다. 굳이 티 안 난다는데 술술 불 이유가 있느냐 말이다. “나이 드니까 늘어지는 살은 어쩔 수 없더라고. 필요 이상의 시술을 안 받는 거, 그게 사람들이 잘 몰라보는 이유랄까? 나이 들어가면서 어느 정도의 주름은 인정해야지. 이것저것 많이 하면 더 흉해. 대신 기분 전환 하려고 스태프들이 다 말리는데 고집 피우며 노랑 머리로 염색해봤어.”(웃음)
배우로서의 콧대, 아줌마로서의 무장해제
아무리 일로 왔다 해도 이곳은 시차가 2시간이나 늦는(한국 시각 오전 7시면 새벽 5시다) 베트남 아닌가. 그녀는 호호백발 할머니처럼 날이 밝으면 눈이 떠진다고 했다. ‘식구들과 아침 식사 하기’를 철칙으로 삼는 것도 아닌데 밤샘 촬영 후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도 아이들이 학교 가려고 아침 먹는 시간이면 저절로 눈이 떠져 꼭 함께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단다.
그 습관 때문인지 촬영 스태프 전원이 아침 7시면 레스토랑에 모여 아침을 함께 먹었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에서라면 새벽 5시란 말이다! 김성령은 자기관리형 얼리버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예민한 얼리버드는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뿐 눈곱만 떼고 나온 듯한 ‘쌩얼’로 등장했으니까.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 남편이 자그마한 부탁이라며 ‘무릎 나온 바지만 입지 말라’고 당부했다던 말이 사실이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촬영하다 말고 반짝이 의상을 입혀놓으니 갑자기 손을 휘젓는다. 영락없이 <겨울왕국> 속 주인공 ‘엘사’다. 음치로 소문난 것처럼 음이탈을 누리며 ‘렛잇고’도 부른다.
또, ‘모두 고생했으니 한턱 쏘겠다’며 바닷가재 레스토랑에 가서는 식사를 하다 말고 휴대폰 카메라로 자기를 찍어보라며 포즈를 취한다. SNS로 세계가 하나 된 이 시대에 지금 한창 상종가를 치는 여배우님이 ‘쌩얼’로 바닷가재를 들고 우악스럽게 뜯는 모습은 충분히 에디터에겐 ‘좋아요’ 숫자를 높일 수 있는 소스란 걸 몰랐을까.
리조트 안에서 선탠을 하며 찍은 비키니 인증샷을 에디터가 속해 있는 단체 카톡방으로 전송하는가 하면, 귀국 전날 방 안에 모여 열었던 우리만의 ‘파뤼 타임~’에서 싸이의 말춤과 <스토리온 우먼쇼>를 진행하며 배웠다는 플라멩코를 춘다. 토사곽란에 걸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맨 정신의 에디터는 마치 쇼를 보는 듯했다.
평생 다시 못 볼 장면이라며 연신 휴대폰 셔터를 누르는데도 ‘이런 거 찍지 말라’고 한마디 하지 않는 여자, 그가 김성령이다. 그렇게 처음엔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자연미’를 ‘백치미’라 오해했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
처음부터 ‘미스코리아 진’이란 최고의 자리에 앉은 여왕. 20년 넘게 연기자 생활을 해오면서도 대중에게 ‘미스코리아’ 타이틀을 먼저 떠오르게 했던 그녀가 오십을 눈앞에 둔 지금에 와서 ‘연기자 김성령’으로 주목받고, 인정받기 시작한 이유가 뭘까.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마흔에 용기를 내어 연기의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김성령. 올 A?이라는 성적을 받으며 장학생이 되기까지 숨은 노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늠된다. 그렇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한 연기가 기초가 되어 농익을 즈음 <추적자> <야왕>에서 외모와 걸맞은 배역을 맡았다.
노력과 운이 따라 결실을 맺었다고 마무리하기엔 아직이다. 이어 최근작<상속자들>에서 어딘지 빈틈이 보이지만 마음 따뜻하고 가식 없는, 실제 김성령과 아주 흡사한 배역을 맡으면서 비로소 그 ‘때’를 맞았다.
사람에겐 신이 내린 ‘타이밍’이란 게 있는 법. 그 때가 왔을 ‘때’ 그 자리에 걸맞은, 혹은 필요한 사람이 되어 있느냐는 스스로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모두가 각 잡혀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딘지 부족한 듯 보이는 ‘반전미녀’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간의 노력이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돋보이도록 하는 배역을 선사했을 뿐.
블랙 시스루 니트 풀오버와 크리즈 롱 스커트 도호, 이어링 케이트앤켈리, 골드 슈즈 유나이티드 누드.
충만한 만족감, 그리고 자존감
처음엔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의 ‘허당끼’를 ‘백치미’와 비슷한 것이라 오해했다. 하지만 휴대폰 메모장 가득 성공한 사람들의 명언이나 혜민 스님의 글 등을 빼곡하게 기록해둔 것이며 3박4일 동안 철저히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휴식에만 집중했을 뿐 잡담을 할 때조차 타인에 대해 험담 비슷한 것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공항까지 픽업해주러 나온 가이드가 눈치 없게 A4 용지를 한 뭉텅이 꺼내놓으며 사인을 요구했을 때, 3만원짜리 마사지를 받으러 가 마사지사가 안티푸라민 냄새가 나는 보디로션을 꺼내들었을 때도 아주 활짝 웃으며 응했다.
딱 한 번, 소속사로부터 ‘대박이 예상되는 드라마의 여주인공 자리 캐스팅 전화 한 통 받았는데 지금 베트남에 있어서 대본 확인이 어렵다고 했더니 선착순이라 대본을 빨리 보고 연락 달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화를 냈을 뿐이다.
그렇게 좋은 배역이면 꼼꼼히 대본을 읽은 다음 감독을 만나 작품 콘셉트에 대해 듣고 연출자나 배우 모두가 서로에게 확신을 주었을 때 맡아야 하거늘 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느냐면서 말이다.
핫 핑크 셔츠 원피스 도호, 파이톤 사첼백 덱케.
진정한 고수
김성령에겐 꼼수가 없다. 그래서 허당이니 백치미니 하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행복=밸런스’라는 공식대로라면 그것은 치밀한 저울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채우고, 그렇다고 넘치진 않도록 조율하며 행복감을 만끽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고수만이 구사할 수 있는 고난도의 기술 아닐까. 이제, 그녀가 꿈꾸는 강동원과의 베드신이 궁금해진다. 그것은 배꼽 빠지게 웃기는 격정코믹멜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니까.
Makeup know-how
이번 화보 촬영의 콘셉트는 ‘우아한 여행’. 그에 걸맞은 에지 있는 컬러와 패턴의 의상을 준비하고 반전 있는 두 가지 메이크업을 적용했다. 지금 가장 핫한 오렌지 컬러 립을 포인트로 준 메이크업은 트로피컬 프린트의 홀터넥 드레스와 매칭하니 마흔 여덟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싱그러워 보인다.
핑크 립을 포인트 메이크업으로 할 때는 피부 톤을 최대한 맑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베이스 작업에 공을 들였다. 스펀지로 일일이 두드려가며 주름 사이사이를 메우고 눈가에 바이올렛에 가까운 핑크 섀도를 발라 로맨틱한 무드를 연출했다. 골드 플라워 러플이 달린 의상을 더하니 화사하게 만개한 꽃 같다.
폼 나게, ORANGE
“오렌지 컬러로 립 포인트를 줄 경우 눈에 색조를 주기보다 펄감으로 밝고 세련되게 표현하고 눈매를 또렷하게 연출하세요. 자칫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핑크 메이크업을 연출할 경우 붉은 기가 적은 화사한 톤의 섀도를 눈두덩에 펴고 물들이듯 블러셔와 립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세요.” - 메이크업아티스트 이경은 원장
1 슈에무라 워터 글로우 BB
환하고 투명한 피부 표현은 물론 충분한 수분 공급으로 촉촉하게 빛나는 피부를 완성한다. 콩 추출물과 비타민 E 성분이 탄력과 주름 고민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안티에이징 BB크림. 30ml 5만5천원대.
2 슈에무라 루즈 언리미티드 OR 560
크리미한 텍스처로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발림감과 피그먼트 성분으로 선명한 발색감이 돋보인다. 3.7ml 3만5천원대.
3 슈에무라 프레스드 아이섀도우(P871, ME252, G251, G821)
4가지 섀도우로 나만의 오리지널 팔레트를 완성할 수 있는 ‘컬러 아틀리에’ 팔레트.
천생 여자, PINK
1 슈에무라 프레스드 아이섀도우(S884, S853, P155, G115)
원하는 컬러의 섀도와 브러셔 조합으로 메이크업 스타일에 맞춰 간편한 팔레트 키트를 만든다.
2 슈에무라 루즈 언리미티드 크리미 틴트 컬렉션 M PK345
3.7ml 3만5천원대.
3 슈에무라 틴트 인 젤라또 PK 03
젤라또같이 쫀쫀하고 크리미한 질감이 특징. 입술과 볼에 가볍게 두드려 주면 사랑스러운 스프링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 5.4ml 3만7천원대.
4 슈에무라 더 라이트 벌브
놀라운 커버력과 가볍게 빛나는 투명함을 동시에 갖췄다. 두드리는 터치와 덧바르는 정도에 따라 커버리지와 글로우 조절이 가능해 파운데이션 하나로 다양한 피부 표현이 가능하다. 27ml 6만9천원대(스펀지 포함).
5 슈에무라 오토 젤 라이너
부드러운 젤 포뮬러로 쉽게 그려지는 펜슬 아이라이너의 장점과 젤 아이라이너의 지속력이 만나 더 크고 선명한 눈매를 완성한다. 0.12g 3만1천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