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봄바람이 부는 5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송종국 가족의 집을 찾았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때문인지 낯설지 않은 송종국의 아내 박연수씨가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이사한 지 딱 일주일 됐다는 새집도 싹싹한 안주인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마치 친구 집에 놀러 간 듯 편안한 기분마저 든다.
“예쁘다고 해주시니 기분 좋네요. 남들은 이사하는 게 귀찮고 힘들다고들 하는데 저는 씩씩해서 그런지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오히려 새집을 꾸미고 단장하는 일이 즐거워요. 아직 테라스 정리가 덜 됐는데 완성되면 정말 예쁠 거예요.”
송종국 가족은 지난 2011년에도 <우먼센스>를 통해 용인 깊은 산속에 직접 지은 넓은 전원주택을 공개했다. 그리고 그때처럼 이번에도 주택 부지 구입부터 외관 디자인, 실내 인테리어 등 작은 것 하나까지 박연수씨가 직접 고르고 골라 상상 속에 그리던 집을 완성했다. 그야말로 ‘핸드메이드’ 주택인 셈이다.
“주택에 살다 아파트에 살아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특히 우리 아이들은 집 안이고 밖이고 뛰어다니며 노는 편인데 아랫집 때문에 ‘뛰지 말라’고 계속 얘기하는 게 힘들고 미안했어요. 그런데 이곳으로 이사 오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아요. 오늘 낮에는 물총을 쏘며 신나게 놀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서 송종국의 ‘부동산 리스트’가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송종국 축구센터가 있는 용인 수지의 땅과 집 등이 모두 이들 부부의 소유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남편은 축구밖에 모르는 사람이어서 재산 관리는 제가 다 해요. 땅도 모두 제가 직접 발로 뛰며 구입하고요. 하지만 재테크를 위해 땅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우리가 쓸 축구센터, 집 등을 짓기 위함이었죠. 다만 현금을 많이 갖고 있으면 혹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남편에게 접근할까 봐 부동산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것을 선호하기는 해요. 집을 짓는 것도 좋아하고요. 건설업을 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웃음)”
보통 여자, 특히 연예인 출신 주부라면 대개 패션 사업이나 요식업 등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런데 박연수씨는 스케일이 달랐다. 조그만 집이라도 정성 들여 직접 지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고, 자신감도 있단다. ‘거품 없고, 하자 없는 집’을 짓고 싶다는 말에서 8년 차 주부의 내공과 야무진 성격이 엿보인다.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집을 짓고 손수 벽지, 조명 등을 골라서 내부를 꾸미는 모든 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참! 6월부터는 ‘홈스토리’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일반인의 집에 인테리어를 해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요. 그냥 앉아서 수다 떠는 프로그램은 재미없어서 안 나가는데 이 프로그램은 저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출연하기로 했어요. 기대돼요.”
두 사람은 연애 시절 일명 ‘껌딱지 커플’이었다.
지금은 딸 지아와 아들 지욱이까지
더해져 ‘껌딱지 가족’이 됐다.
따뜻한 집과 가족. 부부의 행복은 그 안에 있다
6월엔 ‘맥도날드’와 함께 브라질행
송종국 가족에게 지난해는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송종국의 축구교실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며 용인 수지 1호점에 이어 동탄에 2호점을 열었고, 가족 모두는 지난해 출연했던 <아빠! 어디가?>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지아와 지욱이는 탤런트 출신 엄마와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아빠를 닮아 예쁘고 건강하다.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행복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우연히 출연한 프로그램 덕에 생각지도 못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어요. 때론 저와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 알려져 불편할 때도 있지만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싫진 않아요. 한때 공황장애로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살아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달았어요. 저는 다른 욕심 없어요.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에요.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아빠! 어디가?> 출연으로 달라진 점은 없는지 물었다.
“슈퍼에 갈 때 비비크림이라도 바르고 가야 한다는 거? 남편은 정말 그대로예요. 한결같은 사람이죠. 남편은 방송 출연 전부터 틈만 나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어요. 정말 대단한 게 8년 동안 한 번도 혼자 놀러 나간 적이 없어요. 나갈 일이 있으면 저희 셋을 다 데리고 가요. 연애할 때는 저랑 껌처럼 항상 붙어 다녔는데 이제는 아이들까지 4명이 모든 걸 함께 해요. 아이들 아빠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죠.”
아무리 남편이 많이 놀아준다고 해도 우리나라 나이로 일곱 살과 여덟 살, 연년생 남매를 둔 엄마의 삶이란 전쟁과도 같다. 화보 촬영 중간에도 박연수씨는 개구쟁이 아이들을 컨트롤하느라 진을 뺐다. 아이들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아빠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에너지가 남다르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지아가 돌 되기 전에 지욱이를 가졌어요. 그리고 지욱이를 낳으니 갓난쟁이 둘이 동시에 안아달라고 우는데 하루 종일 집 안에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아 정말 힘들었어요.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시다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나중에는 결국 전문 도우미분을 고용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말이라도 통하니까 괜찮은 상황인 거예요.”
지아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지욱이는 태권도에 푹 빠져 있다. 매일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하루 종일 태권도를 하고 관장님 집에 가서 노는 것이 일상이란다. 실제로 지욱이는 이날 촬영 도중에도 태권도 포즈를 보여주며 ‘파란 띠’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촬영 후에는 “관장님과 고기를 먹기로 했다”고 신나하며 해맑게 웃는다. 딸 지아보다 애교가 많은 아들이다.
“저는 지욱이를 아빠의 뒤를 잇는 축구선수로 키우고 싶어요. 재능도 보인다고 하고요. 남편이 지욱이를 엄하게 대하는 것도 그 점 때문이에요. 정신력이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그래서 전 남편이 지욱이한테 엄격하게 하는 것에 불만이 없어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니까요. 지아는 천생 여자예요. 엄마인 제가 보기에도 도도하고 까칠한 면이 있어요. 미술을 좋아해서 예술 쪽 재능을 키워주려고 해요. 운동선수나 연예인은 절대 반대예요. 김연아처럼 자신의 일이 있고 CF나 방송 활동을 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일만 꿈꾸며 살아가는 건 싫어요. 실패했을 때 갈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에요.”
다가오는 6월, 지상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월드컵 시즌에 송종국 가족은 모두 브라질로 떠난다. 아빠는 MBC 해설위원 자격으로, 딸 지아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맥도날드 어린이 축구 페스티벌 홍보대사로 선정돼 축구선수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플레이어 에스코트’ 역할을 하기 위해 간다. 동생 지욱이는 전 세계에서 모인 어린이들과 브라질 월드컵 현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맥도날드도 인정한 ‘국가대표 축구 남매’인 셈이다.
“사실 두 아이를 데리고 브라질까지 갈 것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요. 브라질로 가는 비행시간만 25시간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플레이어 에스코트에 나이 제한도 있고, 월드컵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평생 한 번뿐인 기회라고 생각해 큰맘 먹고 결심했어요. 남편도 그때 브라질에 있지만 도시가 달라서 만나지는 못해요.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 못 만나 서운하기도 하지만 월드컵을 함께 경험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이 모두 브라질 하늘 아래 있는 거니까요.”
박연수씨는 연애 시절 송종국과 일명 ‘껌딱지 커플’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딸 지아와 아들 지욱이까지 더해져 ‘껌딱지 가족’이 됐다. 따뜻한 집과 가족. 송종국·박연수 부부의 행복은 그 안에 있다.
아이들이 사계절을 몸소 느끼고 흙을 만지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좋은 학원에 다닌다고 좋은 교육은 아니잖아요.
긍정적이고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