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꽃보다 누나>로 화제가 되어 핫한 인기 여행지로 떠오른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 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와 마주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인들에게는 평생 한 번은 꼭 가고 싶은 곳으로 꼽히는데,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같은 부호나 톰 크루즈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휴가지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의 바이블로 통하는 <론리 플래닛>은 ‘가장 기대되는 여행지’ 중 하나로 크로아티아를 뽑기도 했다.
미지의 여행지, 이스트라 반도
크로아티아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는 수도 자그레브와 아드리아의 진주라 불리는 두브로브니크, 그리고 플리트비체 정도를 여행한다. 북쪽으로는 슬로베니아, 서쪽으로는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한 이스트라 지방은 아직 국내 여행자들에게는 미지의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나마 조금 알려진 곳이 풀라 정도다. 이스트라 반도의 최대 도시이기도 한 풀라는 18세기 말까지 베니스와 합스부르크, 헝가리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시내 곳곳에는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콜로세움을 비롯해 고대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모토분이라는 도시는 해발 277m의 절벽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모토분 국제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까마득한 절벽 꼭대기에 자리 잡은 탓에 멀리서 보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모토분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이 된 마을이라고 한다.
이스트라 반도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두브로브니크에 비견될 만큼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 아드리아 해와 접한 로비니라는 도시인데,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유페미아 사원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로비니를 상징하는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이스트라 반도에서는 가장 큰 바로크식 건물로 종탑 높이가 57m에 달한다. 1736년에 완공된 성당은 고풍스러운 바다와 어우러져 로맨틱한 풍경을 연출한다. 아드리아 해의 찬란한 햇빛은 붉은 테라코타 지붕 위로 폭포처럼 흘러넘치고 에메랄드빛 바다는 햇살을 튕겨내며 여행자의 시선을 어지럽힌다.
자그레브_발칸의 고풍스러운 도시를 만나다
크로아티아 인구의 4분의 1이 모여 사는 자그레브는 꼭 한 번 들러봄직한 도시다.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자그레브 대성당’이라 부르는 성 슈테판 성당이다. 구시가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성 슈테판 성당은 자그레브 시민들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가톨릭 신앙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원래의 성당은 13세기 타르타르족이 침입했을 때 파괴되었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13세기 후반에 지은 후 수많은 개보수 공사를 거친 것이다. 아주 이색적인 교회 지붕으로 유명한 성 마가 교회도 자그레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크로아티아와 달마티아, 사보니아, 자그레브 시의 문장이 그려진 지붕 타일이 독특하다. 자그레브를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하는 방법은 걷는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반 요셉 옐라치치 광장을 중심으로 볼거리가 집중돼 있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트램을 타고 도시를 훑어보는 경험도 색다르다. 중앙광장인 옐라치치 광장은 이곳에 자리한 분수의 이름을 딴 만두셰바츠로 시작해, 1848년에는 당시 통치자의 이름인 옐라치치 광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공화국 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여느 유럽의 도시가 그러하듯, 광장 주변은 평화롭고 여유로우며 낭만이 넘친다. 광장 앞으로 덜컹거리는 트램이 지나가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페달을 밟으며 유유히 지나쳐간다. 광장 주변으로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처럼 고풍스러운 건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건물마다 카페와 레스토랑, 꽃집, 서점이 들어서 있다. 사람들은 따스한 햇볕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다. 이른 오후부터 와인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그레브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반 요셉 옐라치치 광장.
자그레브의 상징이며 시민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성 슈테판 성당.
옐라치치 광장 주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꽃집 등이 늘어서 있다.
스플리트_눈부신 아드리아 해를 품은 도시
‘달마티아의 황홀한 꽃’이라 불릴 만큼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스플리트는 로마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아드리아 해안에서 가장 큰 지역이다. 해안 풍경도 아름답지만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성벽이 발길을 붙잡는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로마 유적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비롯해 로마 시대 대성당과 비잔틴 고딕 양식 건축물 등이 남아 있다. 스플리트는 해산물로 유명한 곳이니 바닷가에 면한 식당에서 싱싱한 해산물 요리와 와인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 스플리트의 동북쪽에 위치한 살로나 유적지는 휴식을 취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고대 유적지는 삼엄한 경계로 출입이 종종 통제되는 데 비해 이곳은 주민들과 함께한다. 유적지 바로 옆에서 농민들이 재배하는 감자밭과 포도밭을 발견할 수 있다. 유적지가 주민들의 일상에 녹아 있는 것이다. 스플리트로 가기 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꼭 방문해보길. 깊은 골짜기를 따라 16개의 호수가 계단식으로 자리하는데, 호수와 호수는 폭포로 연결되어 있다. 크로아티아는 물론 유럽에도 그 명성이 알려져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나무로 만든 산책로는 호수를 빙 돌아가거나, 가로지르거나, 폭포 아래를 지나거나 시냇물 위를 건넌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물속에 고사목과 이름 모를 들꽃, 잔잔한 물살을 일으키며 유유히 헤엄치는 청둥오리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호수의 물은 투명하면서도 초록과 푸른빛이 도는데, 호수 바닥에 쌓인 탄산석회 때문이라고 한다. 플리트비체의 신비로운 물빛을 보고 있노라면 유럽인들이 플리트비체를 요정이 사는 곳이라고 믿었던 이유가 짐작된다.
독특한 향과 맛의 크로아티아 와인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카페에서 커피만큼이나 즐겨 마시는 것이 와인이다. 크로아티아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선 꽤 유명한 와인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크로아티아의 1인당 와인 소비량은 35L에 달하는데, 이는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는 적지만 독일보다 많은 양이다. 크로아티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생산된다. 내륙에서는 그라슈비나를 많이 재배하는데, 이 포도는 짙은 사과 향을 품은 것이 특징이다. 북서부의 이스트라 지역은 이탈리아의 여향을 많이 받은 곳이다. 이곳은 고급 식재료로 사용되는 송로버섯이 많이 생산되기로 유명한데, 와인으로는 청포도 말바지아와 검은 포도인 테란을 만든 것이 유명하다. 베니스 왕국 시절에는 이스트라 지역의 말바지아 와인이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자그레브에서는 수도이니만큼 크로아티아의 모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와인을 마실 때 ‘쿨렌’이라는 소시지를 곁들인다. 흑돈의 살을 다져 파프리카, 마늘과 함께 버무려 염장한 후 수개월간 건조해 만든 것인데, 약간 매운맛이 있어 우리 입에도 잘 맞는다. 마른 빵에 얹어 한입 물고 약간 단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좋다.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하는 스플리트는 로마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아드리아 해안에서 가장 큰 지역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로마 유적 가운데 보존 상태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비롯해 로마 시대 대성당과 비잔틴 고딕 양식 건축물 등이 남아 있다.
- Travel Data
인천국제공항에서 크로아티아로 바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프랑크푸르트로 가서 자그레브로 가야 한다. 루프트한자항공(www.lufthansa.com)을 이용하면 편하다. 크로아티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크로아티아 관광청 홈페이지(http://croatia.hr)를 참고하자. 크로아티아의 화폐 단위는 쿠나(kuna). 1쿠나는 약 2백20원이다. 크로아티아는 지중해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가 번갈아 나타나 여름에는 덥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따뜻한 편. 크로아티아 역시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 유레일그룹 홈페이지(www.EurailTravel.com/kr)를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