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윤수·황수경 부부 불화설의 실체는 무엇?
최윤수 전주지검 차장검사·황수경 아나운서 부부 루머는 ‘황수경 불화설’ 내지는 ‘황수경 불륜설’ 등의 이름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남편인 최 검사보다는 황 아나운서가 더 이름이 알려진 직업인 데다 불륜이라는 루머의 핵심 역시 황 아나운서였기 때문이다. 루머 유포 경로는 최근 트렌드에 충실했다. 지난 8월부터 해당 소문이 증권가 정보지를 시작으로 카카오톡 등 각종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일반 대중 사이로 확산됐다.
루머의 내용은 주말부부가 된 이후 황 아나운서가 불륜을 저질렀으며, 이를 알게 된 최 검사가 주위 법조인의 도움으로 이혼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부류의 루머는 대개 금세 잦아들게 된다. 이혼소송이라는 법적 조치가 임박했다는 내용의 루머인 터라 실제로 이혼소송이 이뤄진다면 ‘역시! 그랬구나’라며 연예계 ‘카더라 통신’이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며, 이혼소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서히 대중에게서 잊혀갔을 것이다. 그런데 관련 내용이 종합편성 채널 TV조선을 통해 보도되면서 루머는 더욱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에 지난 8월 말 수사기관에 악성 루머 유포자를 검거해달라고 수사를 의뢰한 부부는 당사자 확인 절차 없이 파경설을 확인한 것처럼 보도한 TV조선에 정정보도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어 서울중앙지검에 “누가 어떤 의도로, 왜 이 같은 허위 사실을 만들고 퍼뜨렸는지 알 수 없으나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엄중하게 수사해서 처벌해주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의 진정서까지 제출했다.
현재까지는 최 검사와 황 아나운서 부부가 검찰에 선처를 호소해 사건이 무마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명예훼손의 경우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검찰은 이를 기소할 수 없다. 반면 이들 부부는 진정서에서 엄정 수사와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 불화설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최 검사와 황 아나운서는 모두 해당 불화설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최 검사가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등 부부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힘에 따라 그 원인으로 알려진 황 아나운서의 불륜설 역시 전혀 근거가 없는 소문이라는 것.
실제로 이들 부부의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된 양재식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루머 내용을 일일이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양 변호사는 “피해자 부부가 아무런 문제 없이 화목한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불화설에 등장하는 사실 관계들 역시 실제와는 전혀 다르다”라고 밝혔다.
‘황수경 불륜설’의 기본은 최 검사의 지방 발령으로 인한 주말부부설이다. 루머에 따르면 해당 기간 최 검사가 부산고등검찰청 소속으로 근무하느라 장기간 황 아나운서와 주말부부로 지내는 등 자주 떨어져서 생활했다고 한다. 양 변호사는 이 부분부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당시 최 검사의 소속은 부산고검이었지만 실제로는 형사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해 주말부부가 아니었다는 것. 현재 최 검사는 전주지방검찰청에서 차장검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이 발령은 지난 4월에 있었다. 물론 최 검사가 지방 발령을 받는 경우가 많아 떨어져 지내며 주말부부로 지낸 기간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루머가 지목한 기간에는 함께 지냈다.
대개의 루머는 몇 가지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야 듣는 사람이 믿기 때문이다. 이번 루머 역시 시작점이 된 사실 관계는 최 검사의 지방 발령으로 두 사람이 주말부부로 지내며 오랜 시간 떨어져서 지냈다는 점이었다. 그렇지만 이 부분부터 사실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를 바탕으로 한 루머의 핵심 내용은 검토할 필요성조차 없어 보일 정도라고 분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3 최윤수·황수경 부부의 실제 생활은 어땠나?
황 아나운서는 28세이던 지난 1999년 5월 당시 32세의 나이로 서울지방검찰청 강력부에 재직 중이던 최 검사와 결혼했다. 1997년부터 1998년까지
당시 ‘대세’였던 아나운서와 서울지검 강력부 소속의 전도유망한 검사의 결혼이었던 터라 상당한 화제를 불어 모으며 결혼식을 치렀다. 게다가 당시 검찰은 옷 로비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터라 최 검사의 직속상관인 김수장 지검장과 김규섭 3차장이 이례적으로 결혼식에 불참했던 것도 화제가 됐다. 아무래도 황 아나운서의 유명세로 인해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2004년에는 이들 부부가 1년여 간 해외에서 체류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이던 최 검사가 미국 뉴욕 법원으로 파견 근무를 나감에 따라 황 아나운서가 미국행에 동행했던 것. 황 아나운서는 이 기간에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1년 과정의 방송 관련 연수를 받았다. 파견 근무가 끝나 최 검사가 먼저 귀국한 뒤에도 황 아나운서는 7개월 동안 당시 네 살이던 아들과 함께 미국에 남아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다.
남편이 공직에 있기 때문인지 황 아나운서는 평소 남편이나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지내왔다. 한 교양 프로그램에서 입 냄새 관련 토크를 하던 도중 남편이 모닝 키스를 하기 전에 먼저 양치질을 한다는 언급을 한 정도가 그나마 내밀한(?) 언급이었다. 그만큼 부부 생활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터라 불화설이 더욱 세간의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4 왜 기자가 악성 루머 최초 유포자가 됐나?
루머의 확산 방식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화했다. 과거에는 입과 입을 통한 입소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확산 속도는 느리지만 누가 누구에게 그런 얘기를 전파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요즘 루머는 SNS 등을 통해 유포돼 확산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그렇지만 SNS를 역추적하면 수사기관이 최초 유포자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연예인이 악성 루머 유포자를 찾아달라고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실제로 최초 유포자들이 검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방식의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황수경 불륜설’의 최초 유포자는 한 일간지의 A기자로 밝혀졌다.
검찰은 카카오톡 등 SNS 서비스에서 오고 간 ‘황수경 불륜설’ 관련 글을 역추적해 A기자를 최초 유포자로 지목했다. 이제 수사 방향은 최초 작성자 역시 A기자인지, 아니면 그는 최초 유포자일 뿐 제3자가 최초 작성자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검찰은 A기자가 최초 유포자일 가능성과 함께 그 역시 누군가에게 이런 루머를 접한 뒤 이를 유포한 것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A기자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속 직전까지는 검찰 수사에 그리 협조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이후 입장을 바꿔 수사에 적극 협조 중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아직 검찰은 정확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언론 관계자들은 A기자가 처음 해당 루머를 접한 곳은 바로 그가 소속된 일간지 기자들의 정보 보고가 이뤄지는 보도단말인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여기에 같은 매체 기자가 올린 정보 보고 내용을 A기자가 지인들에게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유포했으며 이것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취재원 보호, 어디까지 법적 보호 받나?
구속되기 전 A기자가 검찰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던 까닭은 바로 ‘취재원 보호’였다고 한다. 정보를 다루는 일을 하는 직업군 가운데 입수한 정보를 일반 대중에 공개하는 부류는 거의 기자가 유일하다. 정보기관 종사자 등 대부분의 정보 취급자들은 이를 윗선에 보고하는 것으로 일이 끝나는 데 반해 기자는 정보를 취합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사가 기사를 보도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을 위한 행위로 보이기 때문에 보도된 기사는 최대한의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취재원 보호다. 공익을 위해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람을 보호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언론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결국 누군가에게 제공받은 정보를 기사화할 경우 그 책임은 오롯이 해당 기자와 언론사가 진다. 따라서 해당 기자와 언론사는 취재원 보호가 응당한 책임이며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다.
다만 이번 경우 A기자가 생산해 해당 언론사가 보도한 기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정보를 취합하는 것 역시 기자의 통상 업무지만 이를 기사로 보도하기 전까지는 확인된 팩트가 아니다. 따라서 취재를 거쳐 확인된 기사가 아닌, 확인 이전 단계의 정보 보고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는 행위까지 취재원 보호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검찰의 기본 입장으로 전해졌다.
6 언론사 정보 보고란 무엇일까?
지금까지 언론 관계자들 사이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황수경 불륜설’을 A기자가 최초로 확인한 것은 해당 언론사 기자들의 정보 보고가 이뤄지는 보도단말이다. 기자의 역할은 정보를 취합하는 것과 확보한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나뉜다.
정보를 취합해 보고하는 ‘정보 보고’와 이를 확인하는 과정까지가 ‘취재’ 영역이며 해당 정보가 팩트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도 중요한 기자의 업무 부문이다. 물론 담당 기자와 해당 언론사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여겨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정정보도 청구 등의 과정을 통해 잘못된 기사가 바로잡히기도 한다.
문제는 기사화되기 이전 단계인 정보 보고가 갖는 사회적 책임이다. 통상적으로 정보 보고 내용은 법적인 책임이 없다. 세간에 떠도는 정보를 언론사가 취합해놓은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여성 톱스타의 매니저와 술자리를 가진 기자가 해당 스타의 충격적인 사적인 얘기를 들었고 이를 정보 보고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매니저가 해당 스타에게서 해고당한 직후의 술자리였던 터라 터무니없는 음해성 얘기를 한 것일 수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정보는 사실무근으로 판명된 것이므로 해당 내용은 기사화되지 않는다. 물론 허위임을 알고도 이를 정보 보고한다면 해당 언론사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행위로 볼 수 있지만 대중에게 공개되는 영역이 아닌 만큼 사회적 책임까지 있다고 보긴 힘들다.
이번 사례 역시 회사 보도단말에 오른 정보 보고였다면, 이를 작성한 기자의 책임까지 묻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언론사 보도단말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영역이 아닌 해당 언론사에서 정보를 취합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 악의적으로 이런 정보를 최초 작성해 언론사 기자에게 흘렸을 수 있으며, 검찰이 이를 위해 해당 언론사 보도단말까지 수사 대상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이런 정보 보고까지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검찰과 언론사가 서로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언론 관계자들은 A기자가 취재원 보호를 내세우며 검찰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까닭 역시 이런 난처한 상황이 연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A기자는 자신이 유포한 루머로 인해 최 검사와 황 아나운서 부부가 겪은 고통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몇 차례 직접 사과하려고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못한 데 대해 언론계에선 이런 난처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7 블로거가 함께 구속된 까닭은?
검찰은 A기자와 함께 블로거 B씨도 구속했다. 검찰은 B씨의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고 보고 있다. B씨는 평소 블로그를 14개나 운영하며 연예계 루머를 자주 게재해왔다고 한다. 물론 재미 삼아 이런 일을 할지라도 법적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B씨의 경우 자신의 블로그에서 해당 정보를 클릭하면 팝업 광고가 자동으로 뜨도록 설정해놓고 광고 수익을 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 삼아 연예계 루머를 유포한 것이 아닌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연예계 루머를 악용해온 셈이다. 검찰이 B씨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8 피해자가 검사라서 다소 지나친 처벌을 받은 건 아닐까?
물론 악성 루머의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엄청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 폐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번 사례 역시 화목한 부부가 불화에 빠졌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그들의 가정은 심각한 위험과 피해 앞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게다가 황 아나운서는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A기자를 구속까지 한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 여기에는 황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역시 피해자인 최 검사가 현역 검사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법조계에서도 피해자가 검사이기 때문에 구속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반응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 검사는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조재연 첨단범죄수사부장의 과거 직속상관이기도 했다.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까닭은 A기자가 증거를 인멸했다는 정황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데에는 구속사유라는 명확한 원칙이 있다. 법이 정한 구속사유는 우선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의 염려가 있는 경우다. A기자는 증거인멸이 문제가 됐다.
피해자가 같은 법조인인 검사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법이 정한 구속사유인 증거인멸 관련 정황이 드러난 부분이 구속영장 발부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물론 아직까지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일 뿐 A기자가 유죄라는 의미는 아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더 많은 부분이 확인될 것이며, 기소가 이뤄지면 재판을 통해 유무죄가 드러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