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가수 조영남을 익살스러운 장난꾸러기로 기억한다. 그의 음악성이야 두말해 무엇하랴마는 파격적인 그의 언행은 항상 세간의 관심을 몰고 다닌다. 조영남은 스스로 ‘여성을 무척 사랑한다’고 말한다. 2005년에는 <맞아 죽을 각오로 쓴 친일 선언>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이 친일파라고 밝혀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유명인치고는 꽤나 파격적이다. 그가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조영남이 뭐 얼마나 하겠어?’ 하는 반응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덧 미술에 입문한 지 40년을 기념해 북촌의 ‘나무 모던&컨템포러리 갤러리’에서 <조영남-코카콜라프렌즈>전(5월 9일~6월 22일)을 열었다.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는 조영남은 1973년 인사동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지금까지 40여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성실함이에요. ‘나 성실한 사람이오’ 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그림을 그리다 보니 40년이 됐어요. 사람들은 내가 그림도 취미 삼아 조금 그리다가 말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나한텐 그게 아니었거든요.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더 사람들이 놀라는 것 같아요.”
화가 조영남의 주된 작품 소재는 화투다. 익숙한 그림이니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끌어당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시작했다. 그는 화투장에 새겨진 그림들을 통해 그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광’은 부유함과 찬란함을, ‘흑싸리’는 그 이면의 우울함을 나타냅니다. 사람들이 보기엔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허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지요.”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소재는 코카콜라.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게 콜라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그의 대표 작품인 ‘콕, 딱지’는 유년 시절 가지고 놀았던 원형 딱지를 반복적으로 콜라주한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꽃과 콜라’는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조영남의 분신인 화투와 코카콜라 캔의 조화가 아름답다. 조만간 강원도 태백에 조영남 상설 갤러리가 생길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서 예산이 책정돼 태백시와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 중이다. 조영남 상설 갤러리가 오픈되면 이제 관객은 언제든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 콕, 딱지, 77×33cm, acrylic on collage on canvas, 2013
2 진시황 따라잡기 병마용갱, 130.3×162.2cm, acrylic on canvas, 2009
3 극동에서 온 꽃, 서양에서 온 코카콜라, 75.4×64cm, acrylic on canvas,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