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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한의사 왕혜문과 아들 예준이의 꽃놀이 가는 날

봄에는 역시 화사한 꽃놀이가 제격이다. 서울 곳곳에 숨은 꽃놀이 명소가 있다는 한의사 왕혜문씨는 아들 예준이의 손을 잡고 도심 속 꽃놀이에 나섰다. 엄마표 건강 간식과 사진기 하나 들고 훌쩍 떠난 봄나들이.

On October 14, 2013

건강 도시락 들고 도심 속 꽃 나들이
최근 여러 방송과 잡지에서 활약하는 요리하는 한의사 왕혜문씨. <참 쉬운 약선 요리>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는 건강 도시락을 싸서 아들 예준이와 공원으로, 놀이동산으로 놀러 나간다. 워낙 뛰어놀기 좋아하는 장난꾸러기라서 매년 놀이동산 연간 회원권을 끊어놓고 다닐 정도다. 소풍 갈 때마다 그녀가 준비하는 도시락에는 누가 한의사 아니랄까 봐 약재가 꼭 들어간다. ‘선식치후약치(先食治後藥治)’,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나중에 약으로 치료하자는 생각으로 평소 먹는 음식에 ‘건강’을 더하는 엄마다. 다섯 살배기 예준이도 어릴 때부터 엄마 따라 누룽지, 토마토, 견과류, 오미자차, 잣죽 등을 즐겨 먹은 터라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라면 뭐든 잘 먹는다.
“소풍 하면 도시락이 빠질 수 없잖아요. 거하진 않아도 간편하게 싸들고 가면 나들이 기분도 나고 예준이도 신이 나서 먹어요. 아이가 편식을 하지 않는 편이라 평소 생각해둔 메뉴를 시도할 때가 많아요. 오늘은 약재를 넣은 약밥이랑 고소한 맛이 살아 있는 새우미니버거를 준비했는데, 먹기 편하게 핑거 푸드로 만들어봤어요.”
5월 첫째 주에 첫 방송되는 채널A 여행 프로그램 <취흥>의 진행을 맡게 된 왕혜문씨.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제철 요리와 여행 명소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신나기도 하지만, 여행 좋아하는 예준이와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기대가 된단다. 즐길 마음과 요리만 있다면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식객’ 모자는 오늘도 도시락 싸들고 도심 속 공원으로 꽃놀이 간다.

눈으로 느끼는 봄, 꽃 나들이 지도

서울은 지금, 봄을 알리는 꽃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는 여의도나 남산 말고 조금 여유롭게 꽃놀이 할 수 있는 숨은 명소를 왕혜문씨가 귀띔해줬다.
왕복 거리 1시간 이내에 있는 도심 속 꽃놀이 공원 리스트.

1 서울홍릉수목원
서울 시내 중심에서 가깝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히 즐길 수 있는 곳. 1922년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수목원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모두 둘러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관광지로 주목받는 서울 근교 수목원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역사가 오래된 나무가 많아 남다른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만 자라는 좁은 단풍나무와 멸종 위기 식물로 지정된 산개나리, 만리화가 서식 중이며, 댕강나무 등 북한에서 자생하는 나무도 구경할 수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있어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방문자 수가 늘고 있지만 산림 보호 차원에서 주말에만 개방한다.
위치_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2동 207 문의_02-961-2651

2 양재 시민의 숲
서초구 양재동 일대에 자리 잡은 가족 단위 나들이 공원. 배구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등 운동 시설과 맨발 공원이 있는 데다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삼림욕장으로도 손색없다. 주목과 소나무 숲, 버즘나무 숲 사이로 4.8km에 이르는 산책로를 걷다가 샛길을 따라 꽃시장 구경을 가도 좋다.
위치_서울시 서초구 양재2동 236 문의_02-575-3895

3 서울동물원 봄꽃 축제
매년 4~5월이면 서울동물원에서는 ‘봄꽃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는 3월 31일부터 5월 5일까지 3백 종 1만여 점의 봄꽃과 조형 작품 20여 개가 4가지 테마에 따라 꾸며지는데, 특히 피터팬 스토리 가든, 가든 연주회 등의 포토존은 아이들이 열광할 만한 코너. 꽃, 나비 등의 그림 작품과 웰빙 아이디어 원예 작품도 전시되어 어른들 또한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말에는 꽃목걸이, 캐릭터 가면 만들기 등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특히 동물원을 둘러싸고 있는 코끼리열차 길을 따라 4.6㎞ 구간에 만개하는 벚꽃 터널은 관전 포인트.
위치_경기도 과천시 막계동 서울대공원 동물원 문의_02-500-7243

4 올림픽공원
매년 이맘때쯤 올림픽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파크텔 앞으로 벚꽃이 그득 피어 있다. ‘봄의 크리스마스’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파크텔 뒤편 공원 쪽으로는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공원 전경과 주변의 벚꽃 경치가 맞물려 환상적이다. 아이와 함께 간다면 ‘올림픽공원 9경 스탬프 투어’도 즐겨볼 만하다.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사진 촬영 명소로 추천한 9개 장소에 비치된 기념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완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덕분에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동안 엄마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위치_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88 문의_02-410-1114

5 분당 탄천변 공원
분당 구미동에서 야탑동까지 6km에 달하는 탄천변에는 10년 넘은 벚꽃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분당제생병원 뒤편에 탄천을 끼고 조성된 공원 벤치에서는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점심을 먹기에도 좋고, 공원 아래 계단을 통해 탄천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최근 성남시에서는 ‘성남 벚꽃 팔경’을 명소로 선정하기도 했다. 분당중앙공원부터 야탑동 탄천변 녹지,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 상대원 시설 녹지대, 제생병원 앞 공공 공지, 구미동 탄천변 녹지대, 태평동 탄천 물놀이장 뚝방길, 수진공원 진입로변이 벚꽃을 가장 예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위치_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55 문의_성남시청(1577-3100)

‘왕혜문표’ 약선 도시락

“집 앞 공원에 가더라도 꼭 도시락을 싸 가요. 돗자리 위에 담요나 천을 깔고 도시락을 펼치면 소풍 온 기분이 나서 아이가 좋아한답니다. 기분도 기분이지만 도시락이 맛있어야 하잖아요? 집에서 만든 맛 그대로 도시락에 담는 저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어요. 바로 쿠킹 시트(유산지)입니다. 도시락에 약밥이나 주먹밥 등을 담을 때 쿠킹 시트를 깔면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수분을 흡수해 음식이 눅눅해지지 않아요.”
한의사답게 왕혜문표 도시락에는 약재가 꼭 들어간다. 오늘의 메뉴는 대추, 오미자, 잣이 주요 재료.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며 독성을 중화하는 성질이 있는 대추와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잣은 약밥으로, 신장의 기운을 도와 몸의 진액을 보충하는 오미자는 차로 끓여 보온병에 담았다. 다섯 살배기 예준이의 입맛에 약선 요리는 낯설 법도 한데, 도시락을 준비하는 동안 옆에서 쉬지 않고 집어 먹는 통에 도시락 싸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렸다.

간편 약밥
재료
찹쌀 2컵, 물 1컵, 잣·건포도 3큰술씩, 대추·호두 5개씩, 양념(간장·참기름 2큰술씩, 물 1컵, 흑설탕 5큰술), 꼬치 약간
만들기 1 찹쌀은 물에 씻어 1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다. 2 대추는 반을 갈라 씨를 빼고 잣은 고깔을 뗀다. 호두는 미지근한 물에 담가 속껍질을 불린 뒤 제거한다. 3 ①을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다음 ②를 넣고 양념을 섞는다. 4 압력솥에 ③을 담고 물을 부은 뒤 뚜껑을 덮어 밥을 짓는다. 5 약밥이 차지게 완성되면 불에서 내려 위아래를 고루 섞어 한 김 식힌 뒤 먹기 좋게 동그란 모양으로 빚는다.

새우미니버거
재료
미니 크루아상 1개, 토마토 1개, 슬라이스 치즈·양상추 잎 1장씩, 새우패티(새우살 150g, 밀가루 1큰술, 달걀 1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튀김옷(튀김가루 2큰술, 달걀 1개, 빵가루 1컵), 드레싱(마요네즈 1큰술, 토마토케첩 1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꼬치 약간
만들기 1 토마토는 2cm 두께로, 슬라이스 치즈는 반으로 먹기 좋게 자른다. 2 새우살은 굵게 다진 뒤 밀가루, 달걀,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치대어 동그란 패티를 만든다. 3 볼에 튀김옷 재료를 넣고 고루 섞은 다음 패티를 담갔다 건진 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둘러 튀긴다. 4 크루아상을 반으로 갈라 그 속에 양상추와 패티, 토마토, 슬라이스 치즈 순으로 쌓는다. 드레싱 재료를 고루 섞어 그 위에 바른 뒤 꼬치로 고정한다.

오미자차
재료
생수 3컵, 건오미자 30g, 꿀 약간
만들기 1 깨끗하게 씻은 건오미자에 생수를 부어 하룻밤 우린다. 2 붉은빛의 오미자 색이 우러나면 약한 불에 20분 정도 은근하게 끓인 뒤 식힌다. 3 오미자 열매를 건지고 오미자물만 따로 병에 담아 기호에 따라 꿀을 넣어 마신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준비한 오늘의 도시락을 돗자리 위에 풀어놓았다. 예준이와 왕혜문씨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봄의 기운을 충전하는 중.
강변을 따라 만든 길 따라 벚꽃이 만개했다. 쭉 뻗은 길이 달리기하기도 좋아 장난꾸러기 예준이는 엄마에게 술래잡기 놀이를 하자고 한다.

1 나들이 길에서 만나는 자연은 모두 예준이의 친구가 된다. 땅에 떨어진 진달래꽃을 손 위에 올려놓고는 다시 살아나라며 입김을 불어넣는다.
2 양재 시민의 숲은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이 만개해 봄의 기운을 전한다.

아이 손잡고 천천히, 오감 충족 꽃놀이

남들이 꽃구경하러 가깝게는 여의도, 멀리는 남해까지 찾아갈 때 왕혜문씨는 오히려 집 앞 공원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벚꽃 명소에 가면 결국 사람 구경만 하고 오게 되더라고요. 특히 아이와 함께 가는 꽃구경은 멋진 풍경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같이 도시락도 먹는 재미로 가는 거죠.” 오늘 예준이 손잡고 놀러간 곳은 양재 시민의 숲.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로를 잘 닦아놓아 아이들이 말랑말랑한 흙을 밟으며 부담 없이 뛰어놀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터도 있고 숲이 울창해 산림욕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나들이 가는 길이 참 멀고도 길다는 것. 예준이는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지나가던 강아지한테도 참견하고, 길바닥에 핀 들꽃도 따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질문도 많아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해놓은 목적지까지 꼭 가라는 법도 없다. 아빠 차로 곱게 다니던 녀석이 한 번 나들이 나올 때마다 이렇게 신나게 노니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뿌듯하기만 하다. 이렇듯 꽃놀이는 그저 자연스럽게 즐기면 된다. 양재 시민의 숲은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 출구에서 직진하거나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 시민의 숲 역에서 하차하면 바로 있다.

  • MOM'S TIP
    1
    엄마표 자연놀이 막상 아이를 데리고 나가도 어떻게 놀아야 할지 막연할 때가 많다. 이를 대비해 어떤 활동을 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준비물까지 챙기면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가 어리다면 소꿉놀이(작은 물병에 꽃잎을 띄워 꽃차도 만들고, 흙으로 밥도 짓는다), 자연 카드 만들기(두꺼운 종이에 풀잎이나 잎, 열매 등을 붙여 자연 카드를 만든다) 등, 아이가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관찰일기 쓰기(꽃과 나무의 이름을 먼저 알려주지 말고 아이가 이름을 붙여보게 한다), 자연의 근원 찾기(비닐봉지를 준비해 나무에 매달린 잎이나 꽃잎을 싸맨 뒤 집에 갈 때쯤 봉투를 열어보면 안쪽에 물방울이 맺힌 것을 관찰할 수 있다. 7세 정도라면 ‘광합성’의 원리를 설명해볼 만하다) 등의 놀이도 반응이 좋다.

    2 전문 프로그램 활용 엄마가 사전에 준비하기 어렵다면 숲이나 생태공원(길동 자연생태공원, 남산공원, 월드컵공원, 우면산 자연생태 프로그램 등)에서 운영하는 유아 프로그램을 찾아 듣는 것도 방법이다. 주로 4~5월에는 봄꽃, 올챙이, 눈꽃 등 봄 식물이나 곤충 등을 주제로 전문 해설가가 각 자연물의 이름과 특징을 조목조목 알려주고 간단한 DIY를 한다. 토요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
CREDIT INFO
기획
김은혜
사진
이호영
일러스트
배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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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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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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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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