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처럼 신나게 ‘놀아야’ 성공하는 시대
열심히 공부하고, 적당히 노력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성취와 안락함을 누린 부모 세대들에게 성적은 여전히 인생의 행복을 가늠하는 가장 큰 지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규격품 인생’이 아니라 ‘맞춤형 인생’이라는 것을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공부는 잘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부모의 바람이 아닐까?
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구도 때문이기도 하다. 한 끗 차이로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꿋꿋이 가기란 쉽지 않다. 노는 아이는 이유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이를 보는 부모 마음도 타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 와중에 ‘노는 남자’ 싸이의 눈부신 성공 스토리는 눈여겨볼 만하다. 싸이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뒤 “계속해서 모범적이지 않고 싶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틀에 자신을 가두고 맞추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 “‘강남 스타일’은 세계적인 히트송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그냥 내가 해서 즐겁고 웃긴 것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는 그의 말처럼, ‘놀기’의 진정한 의미는 무언가 결과를 얻는 것보다 놀이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성취하는 과정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즐겁고 좋아하는 일을 하니 열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성공의 열매를 맺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작용한 예라 할 수 있다. ‘놀기’는 단순히 ‘공부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이 아니다. 또래 문화 속에 작은 사회가 있고 상대와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자신이 잘하는 것과 잘 못하는 것을 알 수도 있고, 흥미와 취향을 파악할 수도 있다.
잘 노는 게 중요한 이유
지금 당장 인류의 위대한 학자 몇 사람을 떠올려보면, 두 사람 중 하나는 유대인일 것이다. 유대인은 선천적으로 유전자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유전자의 차이는 없다. 그들의 교육 방식과 문화가 특별할 뿐이다. 특히 그들의 일에 대한 철학은 독특하다. ‘열심히 일해라’가 아니라, ‘우선 잘 쉬어라’다.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 흩어져 살든 유대인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주요한 원칙이다. 안식일뿐 아니라 6년을 열심히 일했으면 1년은 정확히 쉬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민족은 따라가지 못하는 창의적인 민족이 될 수 있었다.
잘 노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읽는다. 따라서 말귀도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잘 노는 사람은 가상 상황에 익숙하다. 놀이는 항상 가상 상황에 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놀이의 본질은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나’를 객관화해 바라보는 능력도 덩달아 높아진다. 자신을 돌이켜보는 것은 하나의 가상 상황에 나를 세워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잘 파악하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결국 잘 노는 사람이 행복하고 잘 산다. ‘놀기의 힘’은 이렇게 간단한 원리이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한다.
놀기의 창의성은 ‘낯설게 하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싸이의 가장 큰 성공 동력도 낯설고 신선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너무 익숙해서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근면 성실한 이들이 아니라 바로 ‘노는 사람들’이다. 어릴 때일수록 열심히 놀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인은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지만, 아이들은 익숙한 것도 낯설게 보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기가 막힐 정도로 기발한 상상력을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자녀의 성공과 행복은 ‘놀기’에 달렸다
시인 김│용│택
김용택 시인이 강연회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엄마 말 듣지 마라”라는 말이다. 그리고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꿈과 인생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놀이하는 시간’은 중요하고 꼭 필요한 시간이다.
“좋은 학교, 최고의 스펙, 안정된 직업을 강요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조금 어리석은 발상일 수 있어요. ‘성적과 공부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은 단순히 아이의 전인 교육과 인성 교육을 위해 하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살 세상은 요즘 말하는 ‘100세 시대’예요.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들이대는 잣대는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어요. 아직도 의사, 판검사가 엄마들에게 최고의 직업인 것을 보면요. 물론 이런 직업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미래 시대는 성공의 기준이 분명 달라질 거예요. 지금 최고라 여기는 많은 사회적 가치가 그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고요. 이미 사람들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나 행복의 기준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는 달라진 분위기를 대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회에서 피부로 느낀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성공과 자기계발이 주요 강연 주제였다면, 요즘은 너 나 할 것 없이 ‘인문학 강좌’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 물리적·경제적 성장보다 삶의 질과 내면을 채울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다. 또 그런 ‘정서’를 지닌 인재와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도 느껴진다고.
‘엄마 말 듣지 말라’는 말이 그것이다. 부모가 좋아하는 직장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직장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걸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제게 아들과 딸이 있는데, 두 아이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운 것은 반드시 써먹어야 한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배운 대로 안 살잖아요. 살날이 많으니까 학교도 필요하면 다니라고 했어요. 그래서 딸은 고등학교 정규 과정을 밟지 않고 방황하다 대학도 조금 늦게 간 편이에요. 이런저런 고민 끝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정한 거죠.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 일이라 정말 즐겁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는 한국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함’과 조바심을 빨리 떨쳐내야 한다.
“삶에는 결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정도 있어요. 모든 사람이 풍족하고 만족한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노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아빠는 죽어라 일만 하고, 엄마는 발품 팔아 입시 정보만 찾아다니고, 아이는 기계처럼 공부하면 그건 ‘서울대 입시를 위한 조직’이지 가정이라 할 수 없어요. 그게 가족을 위한 사랑이고 희생이라 착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과연 그런 아이의 인생이 행복할까요?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 지수가 낮다는 통계도 나오잖아요. 평생 성공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작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언제 즐거운지도 모르고 집에서 오붓하게 가족과 대화다운 대화 한 번 못 하는 거죠.”
그는 “놀아야 살 줄 안다”고 말한다. 지금은 당장 공부하는 아이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지만, 10년 뒤에는 분명 ‘지금 열심히 논 아이들’이 경쟁만 한 아이들보다 행복하고 성공한다는 것. 지식만 있고 감동과 정서가 결여된 아이들은 사회가 정한 틀 안에서는 어떻게든 맞춰 살아갈 수 있겠지만, 자신만의 삶의 이야기와 행복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긴 힘들다. 모든 부모의 바람이 자녀의 행복이라면, 지금이라도 아이들을 열심히 놀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놀면 당장 큰일 나는 줄 아는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이들이 지금 안 놀면 더 큰일 난다’고요. ‘놀기’를 통해 삶의 재미를 찾고 인생의 과정을 채우는 법을 배워야 해요. 성인이 돼서는 노는 법을 배울 수가 없어요.”
그는 요즘도 자녀에게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각종 예술 분야의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서 보낸다. 마지막에 좋아하는 시를 한 편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보낸 메일이 벌써 1천 통을 훌쩍 넘었다고. 꾸준히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만이 아이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 김용택 시인이 말하는 ‘놀기의 기술’
가족이 함께 놀아라 다 같이 모이는 주말, TV와 인터넷을 끄고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거창한 놀기’가 아닌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관심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적 감성을 키워라 예술의 근본적인 가치는 ‘감동’이다. 감동은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 또 창조적인 생각과 연결된다.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을 감동시키면 그 사람은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시를 쓰게 하라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의 무수한 감성과 정서를 자극하는 일이다. 단순히 사건을 나열한 일기쓰기 외에 정서가 반영된 글쓰기를 하는 것이 훨씬 좋다. 나무 한 그루를 정해놓고 사시사철 변하는 나무의 모습을 기록하고, 그것에 대한 감상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
놀 때는 TV와 인터넷을 꺼라 아이들에게 놀기는 ‘자기만의 유희’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어느새 공부하는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이 돼버렸다. TV와 인터넷을 끄고 그사이 아이가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하라.
‘좋은 놀기’란 아무 목적 없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
<논다는 것> 저자 이│명│석
‘놀기’는 단순히 시간을 때우거나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놀기’란 순수하게 ‘즐거움’을 위한 행위다.
<논다는 것>의 저자 이명석씨는 “‘놀이’에서 순수한 즐거움 자체가 나름 삶을 좋은 쪽으로 순환시키는 에너지를 발산한다"고 말한다.
“공부는 그 틀이 굉장히 정확하게 짜여 있잖아요. 어느 시기에 뭘 배워야 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잘할 수 있나 등등. 하지만 놀이는 처음부터 자기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이에요. 규칙을 만들고, 누구와 편을 짜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죠. 그나름의 사회생활을 경험한다고 할 수 있어요. ‘놀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요즘은 놀면서 공부도 하는 ‘놀이 학습’이 유행이에요. 하지만 이것 또한 어차피 목표는 ‘학습’이에요. ‘놀기’도 넓은 의미에서는 학습과 연관돼 있지만 단순히 교과과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익힌다는 점에서 둘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혼자 노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이 모여 노는 것이 좋다. 또 부모와의 놀기 과정도 중요하지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아야 놀이가 지닌 장점이 두루 발휘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요즘 아이들에게 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빡빡한 학교 수업에 학원과 과외, 주말에도 각종 체험학습 등으로 순수하게 ‘놀기’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또 일반적으로 ‘놀이의 즐거움’ 자체가 학습 목표에 매몰되는 경우도 많다.
“요즘 아이들에게 ‘놀아라’라고 하면 대부분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 등을 하죠. 물론 이런 게임도 스트레스 해소의 역할은 할 수 있어요. 이는 놀기의 일종이지만, ‘좋은 놀이’라고 볼 수는 없죠. 놀 시간이 몇 시간씩 되면 친구들 모아서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놀 수 있는데, 학원 다녀와서 잠깐 놀 시간이 주어지니 가장 빠르고 편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급급해요. 공부 스트레스가 워낙 크다 보니, 그걸 빠른 시간 안에 풀기 위해 더 자극적인 게임을 찾고, 악순환인 거죠. 시간을 많이 주고,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해요.”
컴퓨터 게임은 지루하거나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컴퓨터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임무완수에 대한 책임이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재미없다고 중간에 그만두는 아이는 결국 또래 문화에서 제외된다. 놀이는 일종의 책임감과 사회성을 동시에 습득하는 과정이다. 이명석씨가 “시작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놀이’다. 한 번의 놀이가 인생을 축약한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최근 사회 이슈로 떠오른 왕따 문제도 놀기로 해결할 수 있다. 공부만 강요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친구들은 ‘경쟁자’일 뿐이다. 그 압박감을 누군가를 제압해서 풀려고 하기 때문에 따돌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놀이’는 전인적이에요. 혼자만 잘하고 재미있는 놀이는 절대 즐겁지 않거든요. 저절로 사회생활을 배우는 것이죠. 또 적성이나 재능을 찾는 방법이 놀이가 될 수도 있어요. 공부나 배움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지만,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 잘하는 것, 또는 부족한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순발력도 필요하고, 좀 더 열린 상황에서 다양한 기질을 계발할 수도 있어요. 아이들은 지금 당장 눈앞의 교과서와 씨름하고 있지만, 아이들이 살아갈 10년, 20년 뒤 미래 사회에서 지금 교과서의 지식이 얼마나 유효할까 싶은 생각도 들어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놀이만 한 방법이 없죠.”
어려서 놀이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잘 놀지 못한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훌륭한 스펙을 쌓고, 사회적인 성공을 이루더라도 인생이 저절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공부시킨다’는 부모들이 ‘놀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적성이나 재능을 찾는 방법이 놀이가 될 수도 있어요. 공부나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것, 잘하는 것, 또는 부족한 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 ‘좋은 놀이’란 무엇일까?
여러 명이 함께 모여서 즐기는 놀이 혼자 손쉽게 즐기는 게임은 성취욕 없이 반복될 확률이 높고, 규칙과 사회성이 결여된 채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난이도가 적당한 놀이 너무 쉽거나 어려운 놀이는 아이들이 금방 흥미를 잃는다. ‘놀이’는 적당히 노력했을 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성취감과 책임감, 보상 등을 배우고 아이들은 인생의 다른 ‘수행 과제’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여유롭게 꾸준히 할 수 있는 놀이 놀이 시간이 너무 짧으면 혼자 즐기고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을 찾게 된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여유로운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놀이도 운동처럼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CASE 1 성공보다는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는 게 중요하지요
아이와 함께 놀면서 행복 교육 실천하는 최│용│규 씨
여섯 살배기 은우의 아빠 최용규씨는 ‘공부하는 아빠’다. 그는 건강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아버지학교‘부터 시작해 육아 박람회를 빠짐없이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육아 서적을 빠짐없이 사서 읽는다. 현재는 아빠들 사이에서 유명한 네이버 카페 ‘아빠 학교‘의 우수회원이기도 하다. 그를 만난 것은 어느 평일 늦은 오후. 가족과 함께 육아 박람회에 가기 위해 회사에 연차를 썼단다. 아이에게 상위 1%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터. 아빠 최용규씨는 아이를 ‘가장 행복한 상위 1%’ 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빠 역시 상위 1%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그가 딸 은우와 소통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놀이’. 모든 육아 서적을 섭렵한 그가 파악한 ‘아이와 소통하는 노하우’다. 그가 은우와 함께하는 놀이는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분리수거를 할 때 어떤 것을 따로 분리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야외로 나갈 때면 곤충 잡기 놀이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 상식을 알려준다.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요리하면서 음식에 대해 알려주고, 또 온도는 어떻게 맞추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인터뷰 도중 요리 놀이 이야기가 나오자, 옆에 있던 은우는 “계란프라이를 할 때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르면 안 돼요” 하며 노래를 부른다.
그는 아이와 놀이를 할 때 ‘놀아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와 놀아준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놀이가 재미없고 지겨워진다. 대신 아이와 함께 ‘논다’는 생각을 하면 아빠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참 즐겁다고. 최용규씨도 처음엔 아이와 놀아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놀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아이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은우는 여자아이지만 인형보다 로봇이나 자동차를 좋아한다. 만약 그가 딸과 놀지 않았다면, 단지 여자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형만 선물했을 것이다. 한글이나 영어 공부를 따로 시키지도 않는다. 그냥 실컷 놀게 내버려둔다. 부모의 편견에 아이의 취향이나 관심사, 재능이 갇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는 아이들의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친구들과 놀이를 할 때, 아빠와 함께 놀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이미 선행학습을 한 셈이 된다. 그래서 은우는 친구들과 놀 때 곧잘 리더 역할을 하곤 한다. 딸 은우가 “아빠, 아이들이 다 나랑 놀고 싶어 해”라는 말을 하면 괜스레 뿌듯해지기도 한다. 그는 매주 수요일을 일찍 퇴근하는 날로 정해, 아이와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낸다.
그가 수많은 육아 서적을 끊임없이 읽고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통해 활동하는 이유는 자신이 더 좋은 아빠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아이와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실천하려면 이런 활동이 더없이 좋은 계기가 된다는 것. 최씨는 아이의 창의성과 리더십을 키워주는 데 ‘놀이교육’만 한 게 없다고 자부한다. 또 아이의 성장에 맞춰 부모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아이는 계속 자라는데 부모들이 제자리에 멈춰 있기 때문에 나중에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그 또래에 맞게, 또 청소년이 되면 그 나이에 맞춰 부모도 자라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할 수 있고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오늘도 그는 딸 은우와 곧 태어날 둘째 아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우등생 아빠다.
- 최용규 씨가 말하는 놀이교육법의 장점
1 아이들의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된다. 자연스럽게 사회성과 리더십을 길러줄 수 있다.
2 아이와 소통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아이의 진짜 흥미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3 아이는 아빠와 놀이를 하면서 더없이 친밀한 사이가 된다.
"그는 아이와 놀이를 할 때 ‘놀아 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아이와 놀아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따분하고 재미없고 지겨워진다. 대신 아이와 함께 ‘논다‘는 생각을 하면, 아빠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참 즐겁다고"
CASE 2 열심히 놀다보니 제 적성을 알게 됐어요
놀다가 재능 발견해 17세 때 등단한 한│명│오 군
17세 때 서정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한 한명오(18세)군. 문학계에서는 명오군의 작품이 많은 독서와 다양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명오군을 시인으로 등단하게 해준 그의 대표 작품 ‘시간의 재봉선’ 역시 또래와는 다른 풍부한 어휘력이 돋보인다. 그는 고교 이후 6백 회가 넘는 백일장에 참가해 크고 작은 상을 64회나 수상할 정도로 촉망받는 신예 작가다.
명오군은 어릴 적 내성적이고 여린 성격이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감수성을 물려받아서인지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훨씬 풍부한 감성을 지녔다. 흔히 내성적인 성격의 남자아이를 둔 부모들은 어떻게든 아이의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태권도나 웅변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명오군의 어머니 김경희씨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이 수학 공부나 영어 공부에 매진할 때도 그녀는 명오군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 명오군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을 때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컴퓨터 게임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며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며 놀 수 있도록 적극 지지했다.
“꽃도 피는 시기가 다 다르잖아요. 향기도 다 제각각이고요.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더러 봄에 왜 피지 않느냐고 나무랄 순 없는 거예요. 아이도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만개할 수 있는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명오군에게는 책 읽기와 글쓰기가 가장 즐거운 ‘놀이‘였다. 부모도 이를 위해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 가족과 함께 한 주말여행은 대화와 소통의 장이었다. 명오군이 처음 글쓰기에 재능과 흥미를 발견한 것도 중학교 시절 가족과 함께 떠난 주말여행에서였다고. 우연히 들른 국립전주박물관에서 때마침 백일장이 열리고 있었고, 재미 삼아 대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백일장에서 우연히 1등상을 거머쥐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놀이‘의 힘은 정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시도하고 그 안에서 재미와 크고 작은 성취를 얻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게 되면 아이는 모든 일에서 도전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이를 발판으로 성장하게 된다. 자신감은 명오군의 학교생활과 교우 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명오군은 현재 안양예고 문예창작과에 다니고 있다. 또 인문학 동아리 ‘휴먼 유레카’ 회장직을 맡은 그는 이곳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활동한다. 문학에 관한 한 누구보다 즐겁게 ‘놀‘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공부는 안 하고 마냥 좋아하는 것만 하면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기듯 하다 보면, 그것만큼은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져요. 그 분야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거죠. 더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최고의 문예창작학과가 있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목표도 생기고요.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는 것처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문학 외에 다른 공부를 하는 것까지 하나의 즐거운 과정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명오군은 책 읽기나 글쓰기를 잠깐 쉴 때는 수학 공부를 한다. 남들은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이 무슨 휴식이냐고 하지만, 명오군에게는 그것 또한 재미있는 놀이이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공부가 가장 재미있다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억지로 하니까 공부가 어렵고 하기 싫은 일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정말 하고 싶고,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놀아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어려서 영어 문제, 수학 문제 하나 더 푼다고 절대 인생의 목표나 꿈에 빨리 도달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꽃도 피는 시기가 다 다르잖아요. 향기도 다 제각각이고요.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더러 봄에 왜 피지 않느냐고 나무랄 순 없는 거예요. 아이도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가장 만개할 수 있는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 한명오군의 놀이 규칙
1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말고, 흥미를 먼저 찾을 것.
2 풍부한 경험은 여행에서 얻어진다. 책상 앞에 앉아있기보다 집 밖으로 나서라.
3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가치관이 형성된다.
다른 나라 아이들은 어떻게 놀까?
예체능을 놀이로 배우는│중국
올림픽만 하면 금메달을 휩쓸고, 수많은 예술 창작 활동이 활발한 중국인의 저력은 어릴 때부터 배우는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에 있다. 중국에서는 자녀들에게 음악, 미술, 무용 등의 기초를 가르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처럼 무조건 ‘재능 계발’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예술적 감성과 체육 활동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작은 원숭이’는 리듬감을 익히는 신나는 체조 놀이다. 엄마와 아이가 마주선 뒤 원숭이를 흉내 내면서 뛰기, 흔들기, 구르기, 손뼉 치기, 긁기 등 다양한 신체 활동을 자연스럽게 놀이로 익히는 것이다. 신체 부위를 익히고 다양한 소근육을 자극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노래를 통해 ‘손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을 손에 올려놓은 제스처를 취한 뒤 엄마가 먼저 말과 함께 동작을 선보이는 것이다. “만두를 빚어요” “채소를 볶아요” 등 주제도, 소재도 다양하게 정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핀란드
핀란드의 유치원에서는 글과 숫자 공부를 하지 않는다. 오직 놀이로 배우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지나치게 추운 날씨가 아니면 되도록 야외 놀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핀란드. 자기만의 방식대로 자연에서 자유롭게 놀수록 집중력과 책임감이 증가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나이에 맞는 음악을 가지고 아이들이 연극을 꾸미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함께 놀아주는 것보다 아이가 무엇을 하고 놀지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롭게 놀이를 전개하도록 하는 분위기다. 이것이 핀란드를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자연친화적 놀이 교육│독일
독일의 교육은 자연친화적이고 실제 상황에 맞는 생활 중심의 교육으로 유명하다. 순수 학문에 대한 존경과 이해가 깊은 나라답게 기본 인성 교육은 물론, 학문과 실제 경험을 연결하는 놀이를 즐긴다. ‘자기 몸 알기‘는 노래를 통해 각 신체기관을 직접 만져보고 각각의 역할을 익히는 놀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고 엄마가 “나의 손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아이가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시간 개념을 익히는 놀이도 있다. 작은 원을 그려 아이가 원 안에 들어가도록 한 뒤, 엄마가 “토끼야, 지금 몇 시니?”라고 묻는다. 아이가 “2시란다”라고 말하면 말한 시간만큼 앞으로 나간다. 12시가 되면 토끼는 원 안에서 나올 수 있다. 자연스럽게 숫자와 시간 개념을 익힐 수 있는 놀이다.
독립심을 키워주는│미국
미국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의사와 취향의 표현이 자유롭고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는 놀이교육에서부터 시작한다. 서너 살짜리 아이도 무엇이 하고 싶은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표현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가르친다. 따라서 행동 중심의 놀이가 많다. ‘도깨비손 권투‘는 몸을 크게 움직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놀이다. 긴 나무 막대기 끝에 장난감 권투장갑이나 수건을 말아 엄마와 아이가 하나씩 나눠 갖는다. 그리고 1m 거리를 둔 뒤 낮은 의자 위에 올라간다. 막대기를 이용해 상대방을 먼저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다. 엄마는 과장된 액션이나 소리로 아이에게 놀이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린다. 엄마와 일대일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판단력과 행동력을 요하는 놀이로 제격이다.
창의력 놀이에는 정답이 없다│이스라엘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창의력 교육을 매우 중요시한다. 따라서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만지면서 감성과 지능을 발달시키는 놀이교육을 선호한다.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는 놀이가 많다. 마른 미역을 손으로 비비거나 잘라보면서 질감이나 냄새, 손끝의 촉감을 느껴보고, 미역을 물에 담가 변하는 과정을 관찰한 다음 물미역을 유리 등에 던져 물 때문에 점성이 생긴 미역의 성질을 파악하는 식이다. 손끝을 자극해 지능을 발달시키고, 물질의 본성을 파악해 다양하게 활용하는 능력을 키운다. 사물의 특징을 파악해 분류하는 놀이도 있다. 큰 책과 작은 책을 구분하거나, 표지가 두꺼운 책, 표지가 얇은 책을 구분하기도 한다. 단순한 놀이 같지만 사물의 성질을 표현하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 놀이는 모든 사물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관찰력을 길러주고, 사고력과 판단력, 수리력을 키울 수 있다.
- 다양한 놀이 노하우
무엇이든 놀이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아이와 놀 때는 특별한 놀이기구가 필요 없다. 신문지, 접착테이프, 물감 등 아이가 찢고 붙이고 칠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이 놀이의 재료가 된다. 신문지를 마음대로 찢고 자르면서 놀면 아이의 지능을 자극할 수 있고, 접착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놀이다. 욕실에서 물감을 가지고 놀면 청소하기도 좋고, 아이는 다양한 색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독특한 재질의 물건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는 장난감
물건을 직접 만드는 행위는 그 자체로 창의성, 성취감을 높이는 놀이다. 아빠와 함께 장난감을 손수 만들면 추억도 쌓이고, 만드는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 다양한 재료를 직접 만지고 느끼면서 사물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집에서 즐기는 난타
집에 있는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이용해 ‘난타 공연’을 한다. 숟가락으로 냄비를 두드려도 좋고, 젓가락을 컵에 넣고 흔들어도 재미있는 소리가 난다. 신체 활동과 소리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제격인 놀이다. 온 가족이 모여 ‘난타 공연‘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밀가루 등 재미있는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놀이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