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새삼 ‘엄마’의 역할에 대해 되새겨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얘기를 새해에는 더 잘 들어주는 엄마가 되려고요.
또다시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는 새해가 밝았습니다. 제 새해 계획 중에 항상 1순위를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다이어트인데요, 돌이켜보면 1년이란 시간은 훌쩍 지나가는데 왜 다이어트를 하는 하루하루는 이렇게 더디 가고 버티기가 힘든지…. 휴~.
얼마 전 남편과 차를 타고 가다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제가 “저때가 참 좋았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쟤들도 모르겠지?” 했더니 남편은 “우리는 다 지난 시절이니 그렇게 생각되는 거지, 저때도 나름의 고민이 왜 없겠어. 아마 제일 힘들다고 생각할 거야. 지나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합니다. 그러게요. 살면서 항상 그 나이대에 하는 세상 근심과 고민이 있을 텐데 조금 더 산 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무심코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리네요.
꼭 예언가라도 되는 것처럼 “너 그렇게 하다가는 분명히 후회할 거야” “거봐, 엄마가 그렇게 될 거라고 했지? 엄마 말 안 들으니 그렇게 됐잖아”라며 쏟아 붓는 말. 난감하고 민망해하는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아이들을 보면 그제야 ‘아차’ 싶지만 속으로는 애써 ‘이래야 다음부터 안 그러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나쁜 엄마죠, 저? 그래서 올해는 새해 목표에 ‘후회하는 엄마가 되지 말자’를 추가했습니다. 2012년에는 다이어트와 함께 영어 단어 3천 개 외우기를 정했는데, 한 달 정도 열심히 했던 것 같네요. 하루에 열 개씩만 외워도 1년이면 3천 개가 훌쩍 넘으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착각이었죠. 결국 한 달 지난 뒤 미루고 미루다 결국 한 해 끄트머리까지 왔습니다.
잠든 셋째 지훤이를 물끄러미 보다 문득 제 나이가 생각났습니다. 서른여섯.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갈 길이 훨씬 더 길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옆에 있는 남편에게 얘기했습니다. “여보, 나 아직은 꿈꿀 수 있는 나이인가 봐. 지훤이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드네” 했더니 갑자기 조용해진 남편. 슬쩍 다가가서 봤더니 펑펑 울고 있네요. “그럼, 꿈꿀 수 있지. 당신 나이가 몇 살인데…. 괜히 내가 데려와서 아이 셋 낳고 애 키우느라 힘들지. 미안하네….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 싶은 거 다 해.” 참 예뻐할 수밖에 없는 울보 남편입니다. 그런데 지금 꼭 뭘 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런 말을 한 건 아닙니다. 내가 바라던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간절함, 열정, 그저 이런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막연한 그리움 같은 것이었어요. 어쨌든 새해에는 다시금 불태우고 싶은 그 열정을 작년에 못다 이룬 ‘영어 단어 외우기’에 다시 한 번 쏟아보려고요. 목표는 1천 개로 줄였어요. 하하.
엄마가 작은 것이라도 목표를 세워 차근차근 노력하고 실천하는 모습, 도전한다는 그 자체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의 의외의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다음 목표입니다.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짐이 남다릅니다. 그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름 아닌 이 모든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에요.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말로는 이처럼 쉬운데 막상 하려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잖아요. 아이들에게도 저의 이런 결심을 얘기해주려고요.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처음 마음이면 뭐든 못 할 것이 없잖아요. 하루하루를 처음이라 생각하고 살아야겠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제 새해 계획을 발표했으니 안 지킬 수가 없겠네요. 혹시 길에서 저를 만나면 꼭 물어봐주세요. “처음 마음처럼 잘하고 있나요?”
글쓴이 김하얀씨는…
탤런트 정은표의 아내. 혼수(?)로 장만한 아들 지웅이가 어려서부터 똘똘하더니, TV 교육 프로그램 <영재의 비법>에서 아이큐 167의 영재로 판명받아 기쁨을 안겨주었다. 둘째 하은이도 아이큐 156. 아이들을 ‘영재’로 키운 일상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평범한 부모의 비범한 교육법을 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