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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도심, 남은 자들의 피서법

프랑스의 여름휴가는 8월에 절정에 이른다. 파리지앵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여행객에게 자신들의 도시를 잠시 내어주고, 가능한 한 멀리 떠난다. 그래서 8월은 국내외 지역별 인구 이동률이 가장 높은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프랑스인이 환상적인 휴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On September 26, 2013

1,3 2013 ‘페스티발 다비뇽’의 공연 장면과 이를 즐기는 수많은 인파들.
2 ‘파리 플라주’의 각양각색 프로그램. 이 기간에는 센 강에 조성된 넓은 해변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넘쳐난다.
4 파리 뤽상부르 공원에서 독서를 하며 일광욕 피서를 만끽하고 있는 파리지앵.

프랑스의 여름휴가는 8월에 절정에 이른다. 파리지앵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여행객에게 자신들의 도시를 잠시 내어주고, 가능한 한 멀리 떠난다. 그래서 8월은 국내외 지역별 인구 이동률이 가장 높은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프랑스인이 환상적인 휴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나 개인 사정에 따라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신 그들은 도시에서 자신만의 여름을 마음껏 만끽한다.
8월에도 파리를 지켜야 하는 불행한(?) 파리지앵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뤽상부르 정원(Jardin de Luxembourg)’과 ‘베르시 공원(Parc de Bercy)’ 그리고 ‘파리 플라주(Paris Plage)’ 등이다. 이는 도심 속에 인공으로 조성한 공원인데, 모두 파리 중심지에 있어 집 앞 공원처럼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파리지앵의 가장 큰 열망 중 하나가 바로 뜨거운 햇볕 아래 즐기는 일광욕이다. 넓디넓은 공원 잔디밭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적의 휴식 장소인 것이다. 공원마다 약간씩 분위기가 다른데, 지적인 분위기로 알려진 뤽상부르 정원은 하루 종일 책읽기와 체스를 즐기는 중·노년 시민들이 주로 찾고, 전형적인 영국 스타일을 따른 베르시 공원에는 피크닉을 즐기는 젊은 가족이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한여름의 파리를 대표하는 공원은 2002년부터 시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파리 플라주’다. 파리 시청을 중심으로 센 강에 접한 3.5km에 이르는 차도를 차단하고 인공 해변으로 조성하는 이 프로그램은 7·8월 두 달간 도시를 지켜야 하는 파리지앵의 마음에 위안을 선사한다. 유람선이 자주 왕래하고 강폭이 좁아 수영을 할 수는 없지만, 강을 바다 삼아 곁에서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매력이다. 또 콘서트, 공연, 휴양 놀이 등으로 파리를 찾은 여행객에게도 최상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름에는 프랑스 전 지역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그중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도시와 축제가 있으니, 바로 아비뇽 시의 ‘페스티발 다비뇽(Festival d’Avignon)’이다. 프랑스 최남단,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한 것으로 유명한 아를과 엑상프로방스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예술의 도시 아비뇽은 7월이면 무려 한 달간의 축제 기간에 돌입한다. 올해로 67회를 맞은 ‘페스티발 다비뇽’은 프랑스의 원로 배우이자 감독, 예술가였던 장 빌라르(Jean Vilar)가 1947년에 창설한 축제다. 그가 개인적으로 기획한 연극을 작은 무대에서 공연한 것이 시초가 되어 오늘날 영화, 그림, 조각 그리고 책 낭송에까지 분야가 확대됐다. 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여름휴가를 서두르는 프랑스인도 많다.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여유로운 매력을 고스란히 품고 있으며, 인상파 화가들이 풍경화의 모델로 삼았던 도시로 가는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휴식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인들의 여름휴가는 거창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신선할 수 있겠다 싶다. 휴가라는 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평소에 마음껏 할 수 없던 일을 느긋하게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프랑스인처럼 ‘휴식다운 휴식’에 충실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도심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정원에서 바비큐를 굽고, 자주 보지 못하던 친구들과 새벽까지 파티를 열면서 가족과 함께 한여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남은 자들의 휴가’는 모두의 부러움을 살 테니 말이다.

  • 글쓴이 오윤경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곧바로 해외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을 거쳐 도착한 프랑스 파리의 건축대학 라빌레트(La villette)를 졸업한 후, 파리 건축사무소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파리에 거주하며, 인테리어 디자인과 컨설트 및 그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옴 프로덕션(OM Production)의 대표다. 저서로는 <파리지앵의 주방>과 <봉주르, 파리>가 있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향
글,사진
오윤경
2013년 08월호
2013년 08월호
기획
김은향
글,사진
오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