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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특별한 초록, 담양

대나무 숲과 원림, 정자가 햇살 아래 빛나는 전남 담양에서는 사람의 몸과 영혼까지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수많은 작품이 담양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빌렸다.

UpdatedOn May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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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 두셔도 좋습니다.” 1998년 한 이동통신 회사 광고 카피다. 지금껏 회자되는 문구와 더불어 한석규 배우와 청안 스님이 거닌 담양 대나무 숲도 관심을 모았다. 담양은 ‘대한민국 대숲 수도’라 해도 무방할 만큼 소쇄원, 죽녹원, 태목리, 삼다리, 만성리, 행성리 등 곳곳에 대나무가 울창하다. 쏴아 하고 댓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빽빽한 나무 사이로 비쳐 드는 햇살, 은은한 향기. 싱그럽다는 말이 사전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은 과연 ‘또 다른 세상’이라, 스마트폰 속 스쳐 지나가는 재밋거리를 ‘꺼 둘’ 만하다. 독특하고 그윽하면서도 청신한 분위기를 영상 제작자가 놓칠 리 없다. 담양 대숲에서 드라마 <일지매> 주인공이 일지매로 변신했고, <다모>의 남녀 주인공이 화려한 결투를 벌였으며, 영화 <알포인트> 전투 장면이 펼쳐졌다. 특별한 배경이 이야기를 더욱 특별하게 해 주었다.

정자와 원림 또한 담양의 상징이다. 자연 지형에 기대어 소박한 정자를 올린 소쇄원, 명옥헌 원림은 전통 정원의 극치를 보여 준다. 이를 비롯해 식영정, 면앙정, 송강정, 환벽당은 글줄 아는 이라면 어떤 언어라도 끄집어내어 문장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단아한 화면이 극의 감흥을 더한 영화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배경이 유독 눈길을 끌어 ‘여행을 부르는 사극’이라 평가받은 드라마 <환혼> 외 수많은 작품을 여기서 촬영했다.

수백 년 수령의 다양한 나무가 머리 위에서 그늘을 드리우는 관방제림, 20여 미터 높이 나무가 8.5킬로미터 거리에 도열한 메타세쿼이아길 등 담양의 초록은 곳곳에서 이어진다. 세상 어느 길이 이토록 아름다울까. 마침 여름이 왔다. 신록이 초록으로 무성해지고, 100일을 끊임없이 피고 진다는 배롱나무 꽃이 만발하는 계절이다. 사람은 결국 자연이며, 자연 안에서 가장 편안한 존재라는 사실을 담양에서 실감한다. 명옥헌 연못에 진분홍으로 흔들리는 배롱나무 꽃, 대숲에 이는 바람, 메타세쿼이아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 고즈넉하면서도 영상과 어울리는 고장 담양을 잘 담아 낸 작품 몇 편을 골라 소개한다.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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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MA

<세작, 매혹된 자들>

#명옥헌 원림

조선 시대, 아버지 어깨너머 바둑을 익힌 희수는 남장을 하고 내기 바둑을 두며 정체 미상의 고수로 이름을 날린다. 그의 앞에 올곧은 성품의 실력자 진한대군 이인이 나타나고, 가랑비 내리는 날 만나자 약속을 건넨다. 배롱나무 꽃 한창인 명옥헌에서 희수가 내기 바둑을 두던 중 마침내 비가 오자 그는 남장한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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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MA

<모범택시 Ⅱ>

#광일목장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사적 복수를 대행하는 택시 기사 도기는 해외 취업을 떠나 소식이 끊긴 청년을 찾으러 갔다가 납치된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지만 고지대 초원과 이를 둘러싼 산세가 아름다워 대조적이다. 무등산 중턱의 광일목장은 60여 년간 사비를 들여 100만 그루 이상 나무를 심고 가꾼 고 진재량 선생 인생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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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VIDEO

<올라 in 전남 담양>

#남촌미술관

초록이 눈부신 담양의 작은 미술관 마당에서 시작된 소리가 널리 울려 퍼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진행하는 ‘청춘마이크’는 청춘에게 다양한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퓨전 국악 그룹으로 활동 중인 올라(Ola)는 네 곡을 선보이는데 전통악기와 서양 악기, 보컬의 조화가 감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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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화려한 휴가>

#메타세쿼이아길

택시 기사 민우가 메타세쿼이아길을 지나간다. 햇살이 축복처럼 쏟아지고, 그의 얼굴엔 미소가 어린다. 곧 민우 형제와 광주 시민에게 닥칠 비극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독재에 저항했고, 한국사에 빛이 되었다. 그분들 덕분에 우리가 오늘 이 길을 평화로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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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김현정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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