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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마음이 하는 일

2004년 4월 1일 KTX 개통 당시 첫 철도 승무원으로 활약한 이래 20년간 고객을 만나 온 이혜원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승무지사 승무팀장. 그는 오늘도 여전히 성장하기를 꿈꾼다.

UpdatedOn March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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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의 마음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교감을 나누고 물리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행위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을 역설한다. 그리하여 최첨단 철도 기술과 상호 보완을 이루는 고유한 영역, 바로 고객 서비스다. 진심 어린 환대, 신뢰감을 주는 안내 방송, 신속한 응급처치와 비상 상황 대응 등은 오직 숙련된 철도 승무원만이 수행 가능한 과업일 것이다.

온 마음으로 임한 20년

KTX 개통과 동시에 철도 승무원이 되어 고객을 만나 온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승무지사의 이혜원 승무팀장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깊이 이해하고 명민하게 체화한 철도인이다. 보는 이를 무장해제하는 미소, 따뜻하고 편안한 목소리, 흔들림 없는 자세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오랜 수련과 인내의 시간을 읽는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한다는 말을 되새기곤 해요. 존경하는 은사님이 늘 강조하셨거든요. 앞서가는 철도 기술력에 걸맞은 서비스를 갖추려면 마음을 다스리는 게 최우선이니까요.”

베테랑의 경지에 오른 이 팀장에게도 처음은 있었을 터. 대한민국 고속철도 첫 승무원으로 활약한 그의 첫 마음이 궁금했다. “KTX 승무원이라는 자부심에 설렜던 게 엊그제 같네요. 정작 승무를 시작한 첫날엔 너무 바빠서 설렐 틈도 없었지만요. 제복을 입고 객실에 들어선 순간, 모든 고객님의 시선이 제게 쏠린 듯한 기분이라 무대에 선 것처럼 부끄럽기도 했죠.” 예기치 못한 어려움, 당황스러운 순간도 적지 않았을 터. “역방향 좌석을 처음 도입하다 보니 불만을 호소하는 고객님이 적지 않아 열심히 설명해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속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고객님도 많았어요. KTX 열차와 기술 관련 질문에도 응답해야 했죠. 모든 것이 처음이고 서툴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이 순식간이더라고요.”

KTX 첫 승무 당시 18량 열차에 자신의 목소리로 안내 방송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긴장됐다는 이혜원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승무지사 승무팀장. 어느덧 20년 세월이 흘러 베테랑이 되었다.

KTX 첫 승무 당시 18량 열차에 자신의 목소리로 안내 방송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긴장됐다는 이혜원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승무지사 승무팀장. 어느덧 20년 세월이 흘러 베테랑이 되었다.

KTX 첫 승무 당시 18량 열차에 자신의 목소리로 안내 방송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긴장됐다는 이혜원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승무지사 승무팀장. 어느덧 20년 세월이 흘러 베테랑이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철도 기술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열차 환경도 여러 가지 변화를 거쳤다. 고객 서비스 또한 그에 발맞춰 점진적으로 진화했음은 물론이다. 그간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온 이 팀장이 체감하는 변화도 궁금했다. “코레일톡 앱을 먼저 꼽고 싶어요. 승차권 발권은 물론 객실에 탑승한 고객님의 요청 사항을 즉각 수용하는 서비스 콜, 자유석 QR코드 검표와 셀프 체크인 등이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기능이죠. 승차권 확인 방식도 크게 달라졌어요. PDA 단말기로 실시간 발권 정보를 열람하는 지금과 달리, KTX 운행 초창기 승무원은 열차 출발 전 예매 내역을 종이에 출력해 객실을 돌면서 승차권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는 간식 카트 아닐까. 2018년 운영을 중단했으나, 많은 고객에게 사랑받은 서비스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앞치마를 입고 카트에 음료와 쿠키를 담아 특실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거든요.”

그처럼 특출한 철도 승무원으로 거듭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코레일관광개발 교육부서에서는 역량 강화를 위해 서비스 리더십 전문가 과정과 방송 아카데미 교육 과정은 물론 외국어, 웃음 치료, 응급처치 등 폭넓은 커리큘럼을 마련한다. 해외 철도 기관 사례를 참고해 벤치마킹하고, 다양한 봉사 활동에 참여해 현장 경험을 쌓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최대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모든 이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는 고객 눈높이와 최신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해 갑니다. 제가 퇴직하게 될 20년 뒤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겠죠.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저와 철도가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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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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