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생태‧평화관광 활성화 사업 한국관광공사는 비무장지대 여행지를 알리기 위한 ‘DMZ 생태‧평화관광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부터 강원도 고성에 이르기까지 DMZ 접경지는 바다와 숲, 들판과 역사 유적지가 어우러진 비경을 자랑한다. 대립의 상징에서 평화와 생태의 상징으로. 눈과 가슴이 함께 감동하는 여행이 기다린다.
채광이 환한 로비를 지나 전시장에 들어서자 어둠이 밀어닥쳤다. 적응하기 위해 잠시 멈추어 서서 눈을 감았다 떴다. 전쟁이란 이런 것일 터다. 짙은 암흑. 해가 뜨든 지든 앞이 보이지 않는 듯한 두려움. 벽에 걸린 한국전쟁 당시 사진을 보면서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다 시선이 우연히 천장에 닿은 순간 숨이 콱 막혔다. 천장 한쪽에 뚫린 구멍에서 군인 세 명이 총을 들고 관람자를 겨냥하고 있다. 모형이라도 가슴이 선뜩하다. 70여 년 전 그날엔 일상의 공간에서, 피란 간 지역에서 실제 일어났을 일이다. 강원도 고성 DMZ박물관은 내가 밟고 선 이 땅이 어떤 곳인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기원을 알려 주는 곳이자 한국 최북단의 박물관이다. 한 해의 끄트머리, 민간인에게 허락된 북쪽 땅 끝으로 떠났다.
동해안 최북단, 민통선 내 DMZ박물관은 비무장지대 탄생 과정, 한국전쟁 유물, 이후 대립의 역사를 비롯해 화해하기 위한 노력, DMZ의 생태‧역사까지 망라한 전시관이다. ‘삐라’라 부르던 전단, 북한 이탈 주민이 타고 온 배, 대북 선전용으로 쓴 방송 장비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문의 033-681-0625
동해안 최북단, 민통선 내 DMZ박물관은 비무장지대 탄생 과정, 한국전쟁 유물, 이후 대립의 역사를 비롯해 화해하기 위한 노력, DMZ의 생태‧역사까지 망라한 전시관이다. ‘삐라’라 부르던 전단, 북한 이탈 주민이 타고 온 배, 대북 선전용으로 쓴 방송 장비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문의 033-681-0625
가장 아름다운 건 바다와 산, 그리고 평화
DMZ박물관은 민간인 통제선 안에 있다. 남과 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각각 2킬로미터를 비무장지대 곧 DMZ로 정하고, DMZ가 끝나는 남방한계선에서 약 5~20킬로미터 거리에 민간인 통제선을 설정했다. ‘통제’라는 단어가 붙은 만큼 입출국할 때처럼 출입 신고를 거쳐야 들어간다. 생소한 이 과정부터가 평범하지 않은 여행의 시작을 알린다.
고성에도 기차역이 있다. 동해선은 북한과 연결되는 철길로, 2007년 5월 17일 북한 금강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제진역까지 시범 운행을 실시하기도 했다. DMZ박물관 오가는 길에 역을 볼 수 있다.
고성에도 기차역이 있다. 동해선은 북한과 연결되는 철길로, 2007년 5월 17일 북한 금강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제진역까지 시범 운행을 실시하기도 했다. DMZ박물관 오가는 길에 역을 볼 수 있다.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민통선을 지나 불과 10여 분 만에 DMZ박물관에 도착했다. 로비엔 북한 이탈 주민이 타고 내려온 배가 눈길을 끈다. 고기 잡는 데 썼을 법한 5.7미터 길이 통통배에 인생을 걸었을 막막함이 눈물겹다. 전시는 네 개 주제로 구성했는데, 제1전시실은 DMZ의 ‘축복받지 못한 탄생’을 다룬다. 사진, 참전 군인의 물품 등 다양한 자료는 물론 DMZ를 낳은 정전 협상 과정을 자세히 보여 준다. 우리는 1953년 7월 27일이 휴전일이고 DMZ가 설정되었다는 결과만 기억하지, 1951년 7월 10일 첫 회담이 열리고 2년 동안 얼마나 지난한 논의가 필요했는지는 잘 모른다. 누렇게 바랜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록의 엄청난 두께에서, 회담 모형에서 긴박함이 읽힌다. “쌍방에 막대한 고통과 유혈을 초래”했다는 정전협정문 서언처럼 한국군․유엔군만 77만 명 넘는 전사자․부상자․실종자를 낳은 전쟁, 남북한 민간인을 합해 450만여 명 인명 피해를 기록한 끔찍한 전쟁이 그날 그쳤다.
총탄 구멍이 난 철모, 녹슨 탄환, 임춘수 소령의 수첩과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전시물이 전쟁을 전한다. 슬픔이 가슴을 스친다. 어느 관람자에게는 바람처럼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슬픔이겠으나,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찌르는 아픔임을 생각한다. 품에 가족사진을 안은 채 전사하셨다는 소령님께, 그분을 비롯한 모든 피해자께 눈을 감고 명복을 빌었다.
남북 대치 역사를 정리한 제2전시실은 초반에 사진 자료가 흑백에서 1980년대 말 컬러로 바뀐다. 이만큼 시대가 변하고도 대립은 해소하지 못했다. 지뢰 매설 모형을 놓은 곳에 서자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뢰 종류가 360여 종, 남한 내 지뢰 피해자가 무려 1만 명. 전쟁과 지뢰는 실제 생명을 꺼트린다. 삶의 치열함을 전쟁이라고, 일상 속 숨은 위험 요소를 지뢰라고 빗대어 말하지 않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접경 인근에서 워케이션을 경험하는 것, ‘맹그로브 고성’에서는 가능하다. 맑고 푸른 고성 바다를 배경으로 일하고 휴식한다. 워크라운지에서 일에 집중하고, 숙소를 나서면 곧바로 바다다. 다양한 강연과 라이브 공연,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문의 mangrove.city/locations/goseong
접경 인근에서 워케이션을 경험하는 것, ‘맹그로브 고성’에서는 가능하다. 맑고 푸른 고성 바다를 배경으로 일하고 휴식한다. 워크라운지에서 일에 집중하고, 숙소를 나서면 곧바로 바다다. 다양한 강연과 라이브 공연,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문의 mangrove.city/locations/goseong
분단과 대립의 비극이 가져온 의외의 결과가 DMZ의 자연 생태 환경이다. 사람이 갈 수 없는 땅에서 생명이 피어났고, 더 이상 싸우지 말아야 할 명확한 이유가 되었다. 제3전시실에서 이를 확인하고, 남북 철도 연결 사업 같은 협력의 역사도 반추한다. 전시장 마지막에는 관람자가 쓴 소원지를 주렁주렁 매단 소원나무가 숲을 이루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고 평화와 생명이라는 소원을 앞에 두게 된다. 아니, 욕심을 실현하려면 평화가 무엇보다 우선 조건이다. 전쟁은 개인의 꿈도, 생명도 파괴하므로.
박물관 건물 밖도 거대한 전시장이다. 남방한계선 폐철조망과 철주를 소재로 평화의 아이콘을 만든 빅터 조 작가의 ‘피스!’ 등 예술 작품을 설치했고, 그 옆 초소는 강릉 사천해변에 있던 것을 옮겨 놓았다. 벽의 ‘초병 일반 수칙’도 그대로라 긴장감을 더한다. 고성 삼포해변에서 사용하다 여기로 가져왔다는 철조망을 따라 걷다가 언덕 위, 대북 선전 방송 장비가 눈에 띄었다. 2004년 6월 심리전을 중단하자는 논의 끝에 철거해 지금은 ‘유물’이 되었다. 조용한 방송 장비는 역설적으로 평화를 말하는 것 같다. 박물관 옆 바다가 시리게 아름답다.
내친김에 이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북을 향해 조금 더 달려 고성통일전망타워에 간다. 1980년대에 지은 2층짜리 옛 전망대는 2018년 12월 문을 연 34미터 높이 새로운 전망타워에 역할을 내주고 은퇴했다. 과연 전망대라는 이름값을 해 웅장한 전망이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작품을 비롯한 수많은 그림이나 사진으로 익숙한 금강산이 저편에 고개를 내밀고, 푸른 동해가 눈을 꽉 붙들어 맨다. 도로는 해안선과 나란히 이어지건만 가로등은 어느 지점에서 멈추었다. 거기가 바로 남과 북의 경계다. 금강산만큼 빼어나다는 해금강, 부처바위․사공바위․복선암…. 빤히 보이는데 절대 다가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남과 북의 바다는 경계가 없었다. 색도 똑같이 푸르고, 똑같이 맑았으며, 정말 똑같이 아름다웠다.
끝의 땅, 시작을 꿈꾸는 땅
전망타워에서 나와 앞마당을 거닐었다. 351고지 전적비, 한국 공군의 옛 주력 전투기, 통일 염원을 담은 해수관음상과 십자가 예수상을 차례로 만났다. 태양은 땅과 바다에 고루 빛을 보내고, 파도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북한 사람도 동의할 것이다. 남과 북은 DMZ의 모든 동식물, 미생물, 흙 한 줌까지 함께 사랑하고 보살필 책임자다. 이 산과 바다, 강과 들판, 역사 유적을 가진 DMZ를 대립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으로.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 했다. 2023년이 끝을 향해 가는 지금, 끝의 땅에서 시작을 꿈꾼다. 의미 있는 마무리, 새로운 내일을 향한 걸음을 뗀다.
DMZ 평화 여행 추천 여행지 인천‧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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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옹진군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에서도 북서쪽 끝, 두무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기암괴석이 마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장군들을 닮았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바다에서 솟아난 듯한 바위 병풍이 신비로운 명승지다. 백령도 바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콩돌해변 산책을 추천한다. 흰색‧회색‧적갈색‧청회색 등 다양한 빛깔의 조약돌이 아기자기 어여쁘다. 콩돌은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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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
한민족 시원의 전설을 간직한 강화는 육지와 다리로 이어져 접근하기 편리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을 비롯해 수많은 역사 유적‧유물도 강화 여행의 이유. 강화역사박물관은 선사 유적지와 고려 왕릉 출토 유물 등을 전시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화평화전망대에서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서해와 만나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다. 맑은 날엔 송악산과 개풍군 들판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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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1978년 문을 연 애기봉전망대를 철거하고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조성했다. 평화‧생태‧미래를 주제로 꾸민 평화생태전시관을 관람하고, 조강전망대에서는 불과 1.4킬로미터 떨어진 북한 개풍군과 조강 일대의 풍경을 조망한다. 김포국제조각공원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예술 작품과 문수산자연휴양림이 어우러진 공원이다. 세계적 조각가 조반니 안셀모를 비롯해 국내외 작가 30인의 작품 30점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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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DMZ를 미디어아트와 VR 체험으로 생생하게 만나는 DMZ 생생누리가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잘 보존된 생태 환경, 그곳에서 사는 동식물, DMZ 역사와 유적까지 최첨단 기술로 선보여 남녀노소 흥미로워하는 곳이다. 평화누리길 공원은 분단의 상징인 임진각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장으로 바꾸기 위해 만들었다. 바람개비 3000여 개가 도는 풍경이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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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태고의 이야기가 숨 쉬는 연천에서 재인폭포는 절경 중 절경이다. 먼 옛날 화산이 폭발하고 용암이 한탄강 지류에 흘러들어 호수를 형성했다가 이것이 굳은 뒤 하천에 침식되면서 폭포가 되었다. 자연의 걸작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호로고루는 고랑포 주상절리 적벽 위에 있는 고구려의 보루로, 남한에 드문 고구려 유적이라 더욱 의미 있다. 전쟁은 지나가고, 넓은 들판도 성벽을 오르는 계단도 그림 같기만 하다.
DMZ 평화 여행 추천 여행지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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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철원한탄강주상절리길은 협곡에 30~40미터 높이 주상절리가 펼쳐져 눈을 사로잡는다. 순담계곡에서 드르니마을까지 약 3.6킬로미터 거리를 걸으며 웅장한 자연의 일부가 된다. 한때 북한이 통치한 철원의 역사를 둘러보는 데에는 철원역사문화공원이 제격이다. 한국전쟁으로 무너진 극장 등과 남북 분단으로 사라진 철원역까지 복원했다. 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소이산 전망대에 올라 철원평야도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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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이름부터 화천산소100리길. 사람은 24시간 산소를 들이마시지만 맑은 공기에 자부심을 가진 화천은 길에 산소라는 단어를 넣었다. 물의 도시 화천에서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조성한 왕복 42킬로미터 길은 자전거를 타거나, 일부 구간을 골라 걸어도 좋다. 유명한 ‘평화의 댐’도 화천에 있다. 2.12킬로미터 길이 백암산 케이블카로 해발 1178미터 정상의 전망대에 오르면 평화의 댐과 북쪽 금강산댐이 모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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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사람은 금강산에 가는 길이 끊겼어도 물은 여전히 금강산에서 남한까지 흘러 내려온다. 두타연은 금강산 계곡물이 깊고 푸른 소를 이루는 곳이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인 열목어와 산양이 서식하는 지대로, 거닐다 보면 풍경만큼 마음도 깨끗해진다. 이런 자연이 키운 예술가가 박수근 화백이다. 그의 고향에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들어섰다. 선생의 그림과 유품을 전시하며, 건물 또한 그림을 닮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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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흰색 껍질, 가느다란 몸의 자작나무는 언제 봐도 낭만적이다. 인제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원대봉 능선의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은 한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일곱 개 코스 가운데 골라 40만 그루 자작나무 숲을 누린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시 ‘님의 침묵’을 쓴 백담사는 정갈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사찰이다. 내설악의 고요한 풍경과 더불어 명상하고 쉬어 가는 템플스테이도 찾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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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동해안 최북단 군사분계선에 가까운 민통선 내 DMZ박물관은 한국전쟁의 아픈 이야기에서 시작해 DMZ의 생태‧문화‧역사, 나아가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까지 담은 곳이다. 야외에는 실제 사용하던 철조망 등을 옮겨 와 분단의 현실을 체험하게 한다. 해발 70미터 언덕에 34미터 높이로 세운 고성통일전망타워에서는 북한 땅이 그야말로 코앞이다.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과 해금강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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