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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에서 문래역까지, 숨은 맛집 찾기

과거 공장과 철공소가 즐비했던 서울 영등포역과 문래역 일대. 그 사이사이로 색다른 미식 공간이 생겨나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UpdatedOn May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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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카페&와인 스낵룸

메뉴 메밀면과 장아찌 2만 2000원 뇨끼와 요거트 소스 1만 8000원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로 203-2 인스타그램 @snackroom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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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뇨끼는 밀가루와 달걀, 유제품 없이 감자만으로 만들어 속이 편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다양하다.

이곳의 뇨끼는 밀가루와 달걀, 유제품 없이 감자만으로 만들어 속이 편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다양하다.

카페&와인 스낵룸_주인장의 미식 탐구 과정을 온전히 담은 식당이다. 포도밭집 손자로 자라 어려서부터 포도와 친했던 정의진 대표. 커서는 와인에 관심이 가 내추럴 와인 바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 집을 열기 전 한 달간 머무른 덴마크에서는 음식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곳 음식은 하나같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났는데, 비결은 발효였다. 모든 경험을 망라해 차린 곳이 ‘카페&와인 스낵룸’이다. 한 가지 더. 밀가루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자신의 체질을 고려해 빵과 면 등 모든 메뉴가 글루텐프리다. 국산 쌀가루와 현미 가루를 사용한 덕분에 밀가루 가공식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

오후 5시가 되면 이 공간은 와인 바로 바뀐다. 카페였던 낮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곳으로 변모하는 것. 와인에 곁들이는 음식은 한식이다. 덴마크에서 얻은 힌트를 적용해 식재료 본연의 산뜻한 맛이 느껴지는 한식을 만든다. 직접 고추장을 담그고, 재료를 발효·숙성한다. 메뉴 ‘메밀면’의 면은 쫄깃하고, 이 동네 방앗간에서 짠 들기름과 돌김 퓌레로 맛을 낸 국물은 고소하다. 여기에 직접 만들어 고명으로 올리는 취나물·방풍·파프리카 장아찌가 상큼하다. 와인에 곁들이니 맛이 배가된다.

02 송어의 꿈

메뉴 2인 코스 4만원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801-1 인스타그램 @swkm20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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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의 꿈은 원 테이블 레스토랑 ‘시즌1’과 테이블을 각각 마련한 ‘시즌2’가 있다. 시즌1은 2~12인이 이용할 수 있다.

송어의 꿈은 원 테이블 레스토랑 ‘시즌1’과 테이블을 각각 마련한 ‘시즌2’가 있다. 시즌1은 2~12인이 이용할 수 있다.

송어의 꿈_철공소 건물들이 나란히 마주하고 있는 영등포역 인근 대로변에 소음과 불꽃이 잦아들면 적막한 저녁이 찾아온다. 일을 파하고 셔터를 내린 공장 사이로 자동차 소리만 울려 퍼지던 이곳에 5년 전 변화가 생겼다. 철공소 건물 한쪽에 레스토랑 ‘송어의 꿈’이 들어선 것. 강원도 출신 주인장이 고향에 많이 서식하는 송어를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다. 가게는 단출하다. 내부 벽은 여전히 기계 흔적과 못 자국이 가득하다. 그저 주광색 전등 아래 거대한 테이블이 자리할 뿐, 간판도 없다. 공업소 거리를 홀로 밝힌 것만으로 홍보가 됐다. 테이블 하나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모습에 손님이 하나둘 늘었다.

합리적 가격에 코스 요리를 맛보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이라는 점도 입소문에 한몫했다. 2인 코스는 구운 가지와 애호박, 각종 채소가 발사믹 소스와 어우러진 두부샐러드부터 시작한다. 차례로 갈릭버터 새우, 시금치 크림파스타, 부챗살 스테이크, 과일 디저트 순으로 테이블에 오른다. 시그너처인 시금치 크림파스타는 꾸덕꾸덕한 크림에 매콤한 고추를 넣어 뒷맛이 개운하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다 친구가 되기도 한다.

03 고트델리 문래

메뉴 장봉뵈르 9000원 올드스쿨 파스트라미 1만원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139길 14 인스타그램 @goattde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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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근처에 있는 훈연실은 고기뿐 아니라 빵도 준비하는 공간이다.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빵 굽는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가게 근처에 있는 훈연실은 고기뿐 아니라 빵도 준비하는 공간이다.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빵 굽는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고트델리 문래_잿빛 외관이 인상적인 ‘고트델리 문래’. 본래는 어떤 공간이었고, 지금은 어떻게 운영할까? 곳곳에 숨은 힌트를 참고하면 정답을 유추할 수 있다. 매장으로 향하는 계단마저 예사롭지 않다. 초록색 옷을 덧입은 난간을 따라 오르자 고전 영화에서 본 듯한 호텔 카운터가 등장한다. 여인숙이었던 이곳의 특징을 재치 있게 풀어 낸 공간이다. 주위에는 식료품 진열대와 큼직큼직한 빵들이 눈에 띈다. 조리된 육류와 식료품을 판매하는 외국의 식품 판매소에서 착안한 샌드위치 가게라서 그렇다.

가장 품을 들이는 것은 고기다. 샌드위치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지만, 안에 들어가는 고기만은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만드는 것이 대표의 신념이다. 훈연실에서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염지하고 훈연‧수비드 등 여러 과정을 거치는데, 보통 염지에만 열흘 넘게 소요된다. 미세한 소금기 차이가 맛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한다.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장봉뵈르. 파삭한 겉과 달리 부드러운 바게트 속살에 1밀리미터 두께로 얇게 저며 넣은 고기와 버터가 조화롭다. 올드스쿨 파스트라미도 인기다. 육포가 연상되는 고소하고 스모키한 파스트라미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진다.

04 계옥정

메뉴 모듬구이 3만 5000원 특목살 소금 1만 5000원 안창살 소금 1만 5000원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79길 17-2 인스타그램 @gyeokjung_mul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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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은 닭고기 각 부위의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처음엔 소금만 찍어 먹으라고 권한다. 그 후에 세로로 길게 썬 대파에 싸 먹거나 소스를 찍어 먹는다.

주인장은 닭고기 각 부위의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처음엔 소금만 찍어 먹으라고 권한다. 그 후에 세로로 길게 썬 대파에 싸 먹거나 소스를 찍어 먹는다.

계옥정_닭 요리는 왜 가슴, 다리, 날개만 주로 이용할까. 철공소 두 곳을 합쳐 만든 닭구이 전문점 ‘계옥정’은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부위를 쓴다. 최성민 대표는 맛집 전문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1500군데에 이르는 식당을 가 봤는데, 문래동만 200여 곳을 방문했다. 공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이 동네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맛집 블로거로 활약한 이력이 외식 트렌드를 이해하고 차별화된 메뉴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최 대표는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부위별로 분리해 특유의 맛을 느끼는 반면, 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 모듬구이 메뉴를 선보인다. 익숙한 다릿살, 안심부터 가슴 연골, 모래주머니, 염통 등 총 다섯 가지 특수 부위가 접시 하나에 담겨 나온다. 신선함으로 승부하기에 따로 양념을 하지 않았다. 숯불에 구워 소금을 찍어 먹으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닭고기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모래주머니는 오독오독하고 염통은 쫀득한 동시에 차지다. 여기에 가늘게 찢은 가슴살과 채소를 얹은 ‘초계 물 쫄면’으로 입가심하니 마무리가 깔끔하다. 오롯이 닭고기로만 이루어진 끼니지만 단조롭지 않다. 이토록 풍성한 닭의 세계라니. 맛의 지평이 한층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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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옥송이
photographer 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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