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되면 둘이 뭐 할까. 낚시나 할까?” “빙수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드라마 <경성 스캔들> 대사다. 낚시를 하고 빙수를 먹는 저토록 평범한 일을 해방 뒤로 미룬 채 일제와 싸운 분들 덕분에 우리가 해방 조국을 살아간다. 삼일운동은 계층, 성별, 나이 구분 없이 참여한 일제강점기 최대 투쟁이다. 시위는 전국 구석구석, 해외로 퍼져 나가 몇 달 동안 이어졌고, 1949년 정부가 이를 기념해 3월 1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역사상 가장 아프고 뜨거운 시기를 수많은 작품이 그렸다. 이야기에는 배경이 필요한 법. 해방 이후 급격한 변화 속에 옛 건물과 거리 모습이 사라진 서울을 대신한 곳이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다.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으로 조성해 2004년 정식 개장한 이곳은 경성역, 조선총독부 같은 주요 건물에 민가와 거리를 재현해 그 시절 느낌이 물씬 난다. 192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풍경, 청와대 세트장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나라말의 소중함을 감동적으로 일깨운 영화 <말모이>를 비롯해 <암살> <박열>, 드라마 <경성 스캔들> <미스터 션샤인> 등 일제강점기 배경 작품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다수가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빌렸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다. 1908년 500명 규모로 지었다가 삼일운동을 거치며 3000여 명을 수용하는 대형 형무소로 커졌고, 1988년 역사관으로 단장했다. 옥사, 고문실, 사형장, 하나하나가 걸음을 무겁게 한다. 유관순 열사가 감옥에서 보낸 마지막 1년을 보여 주는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열사가 갇혔던 곳에서 촬영해 의미가 깊다.
역사라는 폭풍에 휘말려 매일 뺨 맞은 양 서러운 세상을 살았으나 끝내 버티어 낸 사람의 이야기도 기억해야 한다.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서사를 다룬 드라마 <파친코>는 부산 영도에서 시작한다. 바다에 잠수해 먹거리를 캐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고되고, 그럼에도 웃을 수 있던 소녀가 살길을 찾아 이주해야 했다. 이들에게 고향이란 얼마나 가슴 시린 단어일까. ‘위안부’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다. 영화 <귀향>의 소녀는 고향을, 기쁨을, 삶의 가능성을 박탈당했다. 고향 바다와 논밭이 아름다워 더욱 서럽다. 3월, 이분들을 새긴다. 낚시하고 빙수 먹는 모든 순간에.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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