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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뜨거운 그곳

삼일운동은 일제강점기 최대 규모의 투쟁이었다. 삼일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배경 작품을 보면서 기억해야 할 것을 되새긴다.

UpdatedOn February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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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되면 둘이 뭐 할까. 낚시나 할까?” “빙수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드라마 <경성 스캔들> 대사다. 낚시를 하고 빙수를 먹는 저토록 평범한 일을 해방 뒤로 미룬 채 일제와 싸운 분들 덕분에 우리가 해방 조국을 살아간다. 삼일운동은 계층, 성별, 나이 구분 없이 참여한 일제강점기 최대 투쟁이다. 시위는 전국 구석구석, 해외로 퍼져 나가 몇 달 동안 이어졌고, 1949년 정부가 이를 기념해 3월 1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역사상 가장 아프고 뜨거운 시기를 수많은 작품이 그렸다. 이야기에는 배경이 필요한 법. 해방 이후 급격한 변화 속에 옛 건물과 거리 모습이 사라진 서울을 대신한 곳이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다.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세트장으로 조성해 2004년 정식 개장한 이곳은 경성역, 조선총독부 같은 주요 건물에 민가와 거리를 재현해 그 시절 느낌이 물씬 난다. 192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풍경, 청와대 세트장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나라말의 소중함을 감동적으로 일깨운 영화 <말모이>를 비롯해 <암살> <박열>, 드라마 <경성 스캔들> <미스터 션샤인> 등 일제강점기 배경 작품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다수가 합천영상테마파크를 빌렸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다. 1908년 500명 규모로 지었다가 삼일운동을 거치며 3000여 명을 수용하는 대형 형무소로 커졌고, 1988년 역사관으로 단장했다. 옥사, 고문실, 사형장, 하나하나가 걸음을 무겁게 한다. 유관순 열사가 감옥에서 보낸 마지막 1년을 보여 주는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열사가 갇혔던 곳에서 촬영해 의미가 깊다.

역사라는 폭풍에 휘말려 매일 뺨 맞은 양 서러운 세상을 살았으나 끝내 버티어 낸 사람의 이야기도 기억해야 한다. 4대에 걸친 한 가족의 서사를 다룬 드라마 <파친코>는 부산 영도에서 시작한다. 바다에 잠수해 먹거리를 캐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고되고, 그럼에도 웃을 수 있던 소녀가 살길을 찾아 이주해야 했다. 이들에게 고향이란 얼마나 가슴 시린 단어일까. ‘위안부’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다. 영화 <귀향>의 소녀는 고향을, 기쁨을, 삶의 가능성을 박탈당했다. 고향 바다와 논밭이 아름다워 더욱 서럽다. 3월, 이분들을 새긴다. 낚시하고 빙수 먹는 모든 순간에.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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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말모이>

# 합천영상테마파크

극장에서 해고된 판수는 우연히 조선어학회 면접을 본다. 주권을 빼앗기고 말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전국의 말을 모으는 작업이 그의 임무. 왜 말을 모아야 하느냐 의문하던 그는 일제의 감시 속에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한글의 소중함을 배워 간다. 합천영상테마파크의 실감 나는 배경이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중심 공간인 문당책방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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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귀향>

# 거창 서덕들

천진난만한 열네 살 소녀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기차에 태워진다. 전봇대 하나 없이 드넓은 들판은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자 악몽의 현장이며 평생의 그리움이 된다. 그림 치료 당시 일본군이 구덩이에 사람을 몰아넣고 불을 지른 그림으로 만행을 알린 강일출 선생의 증언에서 출발한 영화다. ‘위안부’ 생존자는 이제 열 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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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AMA

<파친코>

# 부산 영도

가난하지만 꿋꿋하게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생을 꾸려 나가던 선자는 뜻밖의 사건으로 고향을 등져야 했다. 일제강점기에 약 200만 명이 일본에 이주했고, 그 가운데 60만 명이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일본에서 ‘선자’들을 향한 차별이 오죽했으랴. 1989년에야 고향 땅을 다시 밟은 선자는 바다를 보고 울음을 터뜨린다. 아름답고 서러운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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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

<항거: 유관순 이야기>

#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만 열일곱에 만세운동에 나서 감옥에 갇히고 열여덟에 순국했다. 원하는 직업을 갖거나 사랑하는 이를 만나는 일보다 조국 독립이 우선인 삶이었다. 영화는 독립을 꿈꾸었다 하여 사람을 가두고 고문하고 사형시킨 그곳, 서대문형무소에서 보낸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1년을 담았다. 비좁고 열악한 여옥사, 끔찍한 고문실. 인간이 어디까지 위대해질 수 있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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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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