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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의 최은주 총주방장을 만났다. 그에게 요리는 먹는 이와 먹이는 이의 마음이 닿는 순간이다.

UpdatedOn December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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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주 1999년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요리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롯데호텔 제주를 거쳐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지역 총괄주방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총주방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호텔 총주방장은 여느 요리사와 다르다. 이안 감독의 영화 <음식남녀>에서 호텔 총주방장을 지낸 주인공 추가 레스토랑 뒤꼍의 거대한 주방을 누비는 연속 장면은 그가 쥔 권력을 선명하게 보여 준다. 불과 기름이 빚어내는 자욱한 연기,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의 단단하고 미끈한 조리대, 날카로운 조리 도구, 포대와 박스 단위로 쌓여 있는 무지막지한 식재료, 헬퍼부터 수셰프에 이르는 수많은 인원을 감독하며 복잡다단한 조리 체계를 관리하는 통수권자. 그것이 호텔 총주방장의 정체다. 최은주는 이 자리에 오른 요리사다. 한국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그의 주방이 궁금해진 이유다.

# 주방 이야기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의 푸드 익스체인지 주방은 제가 도면 작업부터 참여하고 완성한 공간이라 유독 각별하게 느껴집니다. 여기 있는 물건 중 가장 아끼는 건 저울인데, ‘요리는 과학’이란 사실을 명징하게 드러내기 때문이에요. 한 치 오차가 전혀 다른 결과물로 이어지니 언제나 정확한 계량, 정확한 레시피가 필요하거든요. 조리용 집게에도 애착이 큽니다. 한 끗으로 셰프의 창의성과 미감을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 총주방장의 일과 새벽에 일어나 고요히 앉아 못다 한 일을 헤아립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시간이에요. 출근할 땐 전철을 타고 그날 할 일을 수기로 정리해 둬요. 제가 좀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서요. 업무를 시작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삐 보냅니다. 공간 운용, 메뉴 완성도, 위생 유지, 비용 관리 등을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하거든요. 쉬는 날엔 온전히 휴식하는 데 집중합니다. 요즘엔 테니스가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요.

# 자리가 주는 무게 어떤 일이든 느끼는 무게는 같습니다. 큰일을 도모하려면 소소한 일부터 공들여 해내야 하니까요. 주어진 일, 주어진 순간에 집중하려 노력하는 까닭입니다. 물론 호텔 안에서 주방의 모든 부분을 지휘해야 하는 총주방장인지라, 많은 이의 격려와 지지를 한 몸에 받는다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스스로는 나아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조리명장(2022년 12월 현재 13명뿐이다)이 되는 것도 그중 하나라서 2021년에는 여러 차례 도전 끝에 조리기능장을 취득했습니다.

# 일터에서 지키는 원칙 발로 뛰고, 직접 경험하는 것. 호텔 총주방장으로서 가장 신경을 쓰는 업무는 석 달에 한 번꼴로 진행하는 프로모션입니다. 고객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특별한 테마에 따라 다채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선보이는 일이죠. 세계 각국의 요리를 아울러야 할 땐 대사관을 찾아가 그 나라의 요리법을 살피고 레시피를 꼼꼼히 수집해요. 불가리아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는 당시 한국에서 유일한 불가리아 레스토랑이던 ‘젤렌’을 수차례 방문해 집요하게 레시피를 연구했습니다. 트렌드를 수집하고자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니기도 해요. 식재료, 요리, 푸드 스타일링 박람회는 물론이고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맛집은 반드시 들러 봅니다.

# 여행하는 요리사 자전거 여행을 좋아해요. 발 구르는 속도에 맞추어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잖아요. 자전거 덕분에 지역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익힌 것 또한 값진 경험입니다. 때론 요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수는 순간을 맞닥뜨리는데, 울릉도에서 묵었던 숙소의 아침 메뉴인 오징어 내장탕이 그랬어요. 알근하고 시원한 맛도 인상적이었지만, 흔히 사용하지 않는 재료로 조화로운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 맛있는 인생 맛있는 요리의 비법은 맛있는 인생을 사는 겁니다. 맛있는 인생이란 언제나 호기심을 갖고, 바지런히 많은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를 수련하고, 온 마음을 다해 사는 것이지요. 저는 이심전심이란 말을 좋아해요.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는 사실을 요리를 하면서 몸소 배우기 때문입니다. 정성껏 준비하고 대접하면 손님도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너무 당연한 이치라, 무심코 지나치지 않도록 늘 마음에 새기는 말입니다. 제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도록 믿음을 주거든요.

이심전심으로, 퐁뒤와 청양 감자전

스위스 사람들은 겨울이면 치즈에 와인을 섞고 중탕한 퐁뒤에 빵을 넣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가 화롯불 앞에서 가래떡 구워 먹는 것처럼요. 퐁뒤는 알프스를 넘나들던 이들이 장기 보관해서 딱딱해진 치즈와 빵을 부드럽게 섭취하기 위해 고안한 음식이라지요. ‘푸드 익스체인지’에서는 빵과 함께 구운 고기와 해산물, 각종 채소를 내어 푸짐하게 즐기도록 바비큐 플레이트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나 더, 퐁뒤와 함께 스위스 대표 음식으로 손꼽히는 뢰스티를 빼놓을 수 없죠. 포장마차 테마 프로모션 ‘잇츠 포차’에서 뢰스티를 한국적으로 해석해 청양고추를 첨가한 감자전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감자전과 퐁뒤처럼 구수하고 푸근한 새해가 될 거예요.

최은주 총주방장이 사랑하는 미식 공간

호텔 레스토랑은 다양한 메뉴를 갖춰야 해서, 한식과 외국 요리를 고루 경험하려 노력합니다. 멜라디무어는 서울 송파구에 자리한 작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진정성 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공간입니다. 훌륭한 결과물에 비해 가격 또한 합리적이라 자주 찾고 싶은 곳이에요. 친환경 유기농 재료와 전통식 장으로 요리하는 꽃, 밥에 피다는 한식 레스토랑입니다. 식재료와 인테리어, 담음새 등이 정갈하고 고아해서 서울 종로구 인사동이라는 동네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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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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