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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OTT 싸움이다

디즈니 플러스 진출에 이어 HBO 맥스가 한국 상륙을 예고한 지금, OTT업계에서 진정한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UpdatedOn December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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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커팅, 아니 제로 TV 시대

‘본방 사수’ 시대가 저물고 ‘다시 보기’와 ‘몰아 보기’ 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지금 OTT 플랫폼 바깥의 콘텐츠는 사실상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콘텐츠가 OTT 플랫폼으로 유통된다는 것이다.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긴장감 넘치는 위화도회군 장면이나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절절한 이마 키스 장면을 놓쳤다 한들 각 회차의 방영 종료 시점부터 쿠팡플레이(〈태종 이방원〉)와 웨이브(〈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원하면 언제든 ‘다시 보기’ 할 수 있으니, ‘본방 사수’의 의리를 지키기란 쉽지 않을밖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OTT 가입자는 약 1100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시대의 문화생활을 온전히 OTT 플랫폼에 내맡기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이 숫자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한국보다 먼저 OTT 사업이 시작된 미국에서 탄생한 단어 ‘코드 커팅(cord cutting)’은 이러한 최근 콘텐츠 시청의 흐름을 잘 보여 준다. 선을 끊는다는 뜻의 이 말은 유료 케이블 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을 표현한다. 다만 여전히 IPTV 기반으로 OTT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한국 상황을 보다 적절히 묘사한 단어는 ‘제로 TV’다. 말 그대로 전통적 형태의 가전인 TV를 없애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의미다.

오리지널 콘텐츠 속 K-콘텐츠

그렇게 TV를 버리고 OTT 플랫폼으로 옮겨 온 시청자는 입을 모아 말한다. PPL과 클리셰로 일관하는 지상파 드라마를 견딜 수 없다고. 창작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검열이 엄격한 지상파 방송국 대신, 창작의 자유를 허하는 OTT 플랫폼 환경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편이 작품의 질을 높이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OTT 플랫폼에서 자체 제작·투자해 독점 서비스하는 콘텐츠, 즉 오리지널 콘텐츠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최근에는 OTT 플랫폼 간 경쟁력이 곧 오리지널 콘텐츠의 존재감이라 할 만큼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 격인 넷플릭스는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로마〉부터 최근 제인 캠피언 감독의 〈파워 오브 도그〉에 이르기까지 거장 감독의 따끈한 신작을 방구석 1열 앞에 만들어 바치며 영화 산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K-좀비의 새로운 지평을 연 드라마 〈킹덤〉이나 최근 파이널 시즌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은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처럼 다양한 문화, 다양한 장르의 시리즈물을 제작하고, 그 전편을 한날한시에 공개해 전 지구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한다. 사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위시한 K-콘텐츠가 지금처럼 주목받는 데에는 이러한 운용 방식의 공이 크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190여 개국 2억 1400만 구독자에게 공개한 한국 드라마 〈고요의 바다〉가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되는 이유다. K-콘텐츠만큼 K-OTT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티빙의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은 여성 시청자의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시즌 2 제작을 공언했고, 웨이브의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쿠팡플레이의 드라마 〈어느 날〉 역시 유료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며 토종 OTT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사라지는 친구들, 다시 만날 친구들

지난해 12월 30일부로 한국 넷플릭스의 재생 목록에서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빅뱅 이론〉이 사라졌다. 이튿날인 31일에는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와 영국 드라마 〈셜록〉 시리즈도 자취를 감췄다. 슬프긴 하지만, 이 시리즈들은 새로운 소속을 따라 바삐 이동하는 중이다. 미국 ABC에서 방영한 〈모던 패밀리〉는 이미 디즈니 플러스에서 만날 수 있고, NBC의 〈프렌즈〉는 곧 한국에 상륙할 HBO 맥스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전통의 제작사들이 자체 OTT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플랫폼이 서비스하던 자사 콘텐츠를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다. 이렇게 이탈하는 시리즈는 점점 늘어날 테지만, 넷플릭스가 상황을 좌시하지만은 않을 터. 시청자 입장에선 이제 곧 OTT업계에서 벌어질 치열한 ‘오징어 게임’을 그저 흥미롭게 지켜보면 될 일이다.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OTT 플랫폼 대전, 제대로 즐기는 법을 다음 장에서 소개한다

+ OTL 말고 OTT

+ OTL 말고 OTT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다. 여기서 Top은 TV에 연결하는 셋톱 박스(set-top box)를 뜻한다. 그러니까 OTT란 (기존 유료 방송을 시청하기 위한) ‘셋톱 박스를 벗어나’ 다양한 모바일 기기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뜻하는 말이다. 최근엔 지상파 방송사나 케이블 방송 사업자도 VOD를 통해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대표 주자인 넷플릭스는 1997년 비디오와 DVD 대여 사업에서 출발해 2007년부터 OTT 서비스를 개시했다. 넷플릭스는 시리즈의 전 회차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몰아 보기(빈지뷰잉, binge-viewing)’ 열풍을 주도했다. 오프닝 건너뛰기, 모든 콘텐츠에 적용 가능한 자막 서비스 등도 전통적 TV 시청 관습을 깼다.


 내게 맞는 OTT 찾기 


넷플릭스

한 줄 평
오리지널 콘텐츠의 오리지널.

주목 콘텐츠
궁극의 ‘몰아 보기’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과 〈지옥〉 이전에 〈킹덤〉과 〈스위트홈〉이 있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이나 〈D.P.〉처럼 소재와 장르의 다양성도 확보한 K-콘텐츠의 기세가 남다르다. 지난 연말 공개한 〈고요의 바다〉에 이어 웹툰 원작의 〈지금 우리 학교는〉, 배우 김혜수의 출연으로 눈길을 끄는 〈소년 심판〉도 곧 나올 예정이다. 글로벌 팬덤을 거느린 대작 〈기묘한 이야기〉와 〈더 크라운〉의 새 시즌도 놓칠 수 없다.

다시 보기
참신한 소재의 밀도 높은 다큐멘터리.
문어의 모습을 담아내며 수중 생물의 ‘동물권’ 논의를 촉발한 〈나의 문어 선생님〉은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체조계 성폭력 문제를 다룬 〈우리는 영원히 어리지 않다〉처럼 사회 이슈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콘텐츠도 일군을 이룬다. K-콘텐츠의 인기는 장르를 막론한다.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는 한국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6개국에서 동시 제작한 시리즈다.

사용자 프로필
‘빠른 재생’과 ‘건너뛰기’가 절실한, 몰아 보기 콘텐츠에 진심인 사람. 남들 보는 건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트렌드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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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

한 줄 평
'어른이'의 꿈과 희망.

주목 콘텐츠
디즈니와 픽사와 마블의 대표작.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스타워즈〉 시리즈 전편을 원하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OTT 플랫폼이라니. 디즈니 플러스의 경쟁력은 픽사, 마블, 20세기스튜디오 등 많은 제작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린 디즈니 왕국의 방대한 아카이브다. 〈토이 스토리〉부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완다비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보기
디즈니의 고전 만화 컬렉션.
〈증기선 윌리〉로 대표되는 ‘특별한 생쥐 미키’ 시리즈와 〈아기 돼지 삼형제〉를 비롯한 ‘빈티지 디즈니’ 시리즈의 사랑스러운 2D 애니메이션은 짤막한 러닝타임에 오밀조밀한 기승전결을 갖춰 몇 번이고 다시 봐도 눈을 떼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 고전 만화 컬렉션은1990년대 〈디즈니 만화동산〉을 보고 자란 3040세대의 향수를 강렬하게 자극한다.

사용자 프로필
내 가족의 꿈과 희망을 수호하는 행복한 사람. 다소 빈약한 한국어 자막까지 너그러이 포용할 수 있는 영어 능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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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TV 플러스

한 줄 평
선택과 집중, 유려한 미니멀리즘.


주목 콘텐츠
4K의 선명한 화질과 돌비 애트모스의 만남.
음향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각별한 애정을 계승해서일까. 애플 TV 플러스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이뿐 아니다. 4K HDR 영상에 최적화된 콘텐츠 항목을 따로 만들 만큼 궁극의 시청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토록 호사스러운 시청 환경은 그 자체로 애플 TV 플러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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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의 손길이 닿은 오리지널 콘텐츠.
로버트 드니로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출연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조엘 코엔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으로 알려졌으며 덴절 워싱턴과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출연한 〈맥베스의 비극〉, 윤여정과 이민호가 출연하고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 국어로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파친코〉가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아직은 ‘다시 보기’ 할 수 없지만, 두고두고 ‘다시 보게 될’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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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추종자. 모든 애플 기기와 자유롭게 호환되니 풍요로운 콘텐츠 생활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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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한 줄 평
나를 가장 잘 아는 플랫폼.


주목 콘텐츠
뉴트로 열기 속 옛날 드라마.
1990~2000년대 콘텐츠 유행이 식지 않을 모양이다. 뉴트로에 푹 빠진 청년 혹은 그때 청년이던 중장년이라면 왓챠에서 서비스하는 옛날 드라마에 주목해도 좋다. 〈가을동화〉 〈네 멋대로 해라〉 〈대장금〉 〈하이킥〉 시리즈, 〈연애시대〉 〈커피프린스 1호점〉 등 제목을 열거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레는 그 시절 드라마가 다양하게 포진했다. 비슷한 시대를 공유하는 홍콩 영화와 드라마도 알차게 준비했다.

다시 보기
귀신 같은 ‘왓챠 익스클루시브’.
2012년 영화 추천 서비스에서 출발한 왓챠는 현재 콘텐츠 별점 서비스 앱 ‘왓챠피디아’와 ‘왓챠’(구 ‘왓챠플레이’)로 이원화됐다. 빅데이터가 왓챠의 주특기이니만큼 개인화된 큐레이션을 토대로 타율이 높은 독점 콘텐츠 라인업을 마련한다. 〈체르노빌〉 〈왕좌의 게임〉 〈와이 우먼 킬〉 〈킬링 이브〉 등은 물론이고 유튜브 콘텐츠 〈좋좋소〉의 확장판을 투자, 제작, 독점 공개해 ‘왓챠 익스클루시브’의 확장성을 증명했다.

사용자 프로필
여럿이 한 콘텐츠를 보며 채팅을 즐기는 ‘왓챠 파티’에 참여하거나 감상한 콘텐츠에 하나하나 별점을 남기며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는 내향형 ‘인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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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한 줄 평
MZ세대가 사랑하는 TV.


주목 콘텐츠
‘리얼리티’가 난무하는 티빙 오리지널.
배우 공유와 박보검이 출연해 이목을 끈 〈서복〉은 영화로서 티빙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였으나 존재감을 크게 떨치진 못했다. 의외의 수확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환승연애〉다. 이별과 사랑이 교차하는 달콤 쌉싸래한 풍경을 조망하며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시원한 흥행은 〈술꾼 도시 여자들〉이 이뤘다. 시리즈 속 진솔하면서 애틋한 술자리가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다시 보기
CJ 계열 방송사 콘텐츠.
CJ ENM의 OTT 플랫폼인 티빙은 tvN, Mnet, OCN과 JTBC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데 특화돼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미의 세포들〉처럼 톡톡 튀는 소재가 돋보이는 드라마는 물론이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 ON THE STAGE〉의 VOD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소개한다.

사용자 프로필
‘연애’와 ‘연예’에 두루 관심이 많은 혈기 왕성한 2030 시청자. 다소 자극적인 예능 요소로 이뤄진 콘텐츠를 즐기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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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한 줄 평
빨리빨리 민족을 위한 ‘퀵서비스’.


주목 콘텐츠
역사와 연륜의 지상파 콘텐츠.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합세해 만든 ‘푹(POOQ)’에서 출발했기에 ‘다시 보기’ 서비스를 매우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순풍 산부인과〉 〈무한도전〉을 비롯해 인기리에 방영한 약 30만 편의 VOD 라이브러리를 갖췄다. 그 덕에 OTT 플랫폼 1인당 평균 사용 시간 통계 1위(236.8분)를 기록하며 넷플릭스를 제쳤다. 최근엔 ‘스튜디오 웨이브’를 창립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꾀하고 있다.

다시 보기
로맨스 판타지 하면 중국 드라마.
〈상견니〉를 시작으로 중국 드라마 열풍이 심상치 않다. 특히 최근에는 〈진정령〉 〈친애적의기군〉 〈전문중적진천천〉 〈춘화추월〉 등 절절한 로맨스와 화려한 볼거리로 화면을 수놓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가 대표적 ‘중드 정주행 추천작’으로 거론된다. 이 중 상당수는 웨이브에서만 독점 공개한다.

사용자 프로필
촉촉한 감수성을 지닌 드라마 팬. 적어도 세 편 이상 동시에 정주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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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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