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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용곤충연구소 김용욱 대표

희망건빵 프로젝트

On December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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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8월, 식용곤충인 ‘고소애’로 만든 건빵 5,000개, 에너지바 200여 개가 배를 타고 탄자니아로 향했다. 그리고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1시간을 이동하여 고바 마을의 한 유치원에 도착했다. 다르에스살람 외곽의 빈민 지역인 고바 마을은 옥수수가루로 만든 우갈리가 주식인 곳으로 성장기 어린이들은 영양 결핍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번에 탄자니아로 간 건빵과 에너지바는 소량에 불과하지만 식용곤충식이 결식과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를 위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란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식용곤충식은 전 세계 식품산업계에서 주목받는 식품으로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언론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얼마 전 규제개혁회의에 다과로 식용곤충으로 만든 쿠키와 제빵 등이 나와 박근혜 대통령이 ‘맛이 어땠느냐?’라고 물어본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미래 단백질 대체식,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기능성 식품, 융복합 산업 등 최근 식용곤충식에 대한 수식어가 붙으며 잠재적 산업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트렌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식용곤충식이 가진 진정한 가치는 아직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식용곤충식이 세계 기아문제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아프리카 희망건빵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전 세계 기아 인구수는 대략 8억4천2백만 명이다. 이 중 대부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대한민국과 가장 가까운 북한 역시 전체 인구의 32%가 넘는 7백50만 명에 달하는 기아인구를 보유한 기아국이다. 아이티의 진흙쿠키를 직접 먹어보고 창안한 희망건빵의 레서피는 진흙쿠키와 다르지 않다.

단 한 가지 식용곤충 분말이 들어간다는 것을 제외하면 밀가루, 물, 소금이 들어가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작은 희망건빵 한 조각에 들어 있는 영양 성분은 구호식을 넘어 치료식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현재 국내 식용곤충 7종 중 단백질 함량이 그나마 적은 고소애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건빵 한 조각이 가진 단백질은 8~10g으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건빵 한 봉지 반의 함량과 같다. 하루 4조각이면 국제적으로 아동에게 권장하는 일일 단백질 섭취량 35g을 채우고도 남는다.
 

재료 준비부터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오븐에서 굽는 시간을 합쳐도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아프리카는 오래전부터 식용곤충을 섭식하는 나라이기에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크게 거부감도 없다. 다만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볶고 튀긴 원형 그대로를 섭취하기에 필요한 만큼 섭취하지 못하고 조리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다양한 형태의 식품으로 즐길 수 없는 것뿐이다.

아프리카에서 식용으로 사용되는 곤충은 100종이 넘고 고온 건조한 아프리카는 곤충을 대량 사육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거대 자본이나 특별한 기술 없이 최초 몇 주 동안 사육 기술과 조리 기술을 전수한다면 스스로 시작할 수 있다. 때문에 ‘아프리카 희망건빵 프로젝트’는 단순히 기부를 통해 나누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이전해 현지화하고 수익 모델을 만들어 맛 좋고 영양 좋은 음식을 값싸게 맛볼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장경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3개월간 식용곤충식으로 식단을 짜서 제공한다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단지 학자로서의 주장이 아니라 이것은 우리 인류가 만든 세계적인 기아문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 바로잡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식용곤충을 연구하고 개발했으니 이제 국내에서 식용곤충식 비즈니스를 성공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그러면 탄자니아나 캄보디아 같은 국가의 영양 결핍으로 고통받는 1백만 명의 아이들과 노약자들에게 직접 현지의 식용곤충을 활용하여 희망건빵과 함께 다른 메뉴들을 맛보여주고 싶다는 희망이 현실이 될 것이다.

딱 한 번만 현지에서 식용곤충 사육법과 조리법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 번만 제대로 그들에게 식용곤충으로 만든 식단을 먹일 수 있다면 단언컨대 우리는 기아문제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게 될 것이다. 당장 연말에는 매년 독거노인들을 위해 식사 대접하는 일부터 준비 중이다. 올해는 희망건빵과 함께 단백질 풍부한 곤충으로 만든 디저트를 내볼까 구상하고 있다.



김용욱 대표는 스위스 HIM, SHMS 호텔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웨스트런던 대학에서 호스피탈리티, 소비자행동, 외식경영 등 석박사를 전공하였다. 경주대학교 외식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했으며 현재 한국식용곤충연구소를 설립하여 계열 브랜드 빠삐용의 키친을 운영하며 한국곤충산업협회 식품위원장 등을 맡아 한국 식용곤충식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인 <빠삐용이 몰랐던 식용곤충식>을 통해 50가지 쉬운 레서피를 알리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희 기자
김용욱(한국식용곤충연구소 대표)
디자인
손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