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프랑스인 모델 겸 배우, 된장찌개를 끓이고 친구들을 초대해 한식을 대접하는 남자. 친근한 섬세함과 로맨틱 무드로 설레게 하는 파비앙의 두근두근 식사 초대.
섬세하게 세심하게
거친 남자들에게 지친 여자들에게, 브라운관에 비친 파비앙의 모습은 하나의 판타지다. 모델다운 늘씬한 ‘기럭지’에 고운 얼굴을 하고 상대방 의중을 다정하게 살피는 모습은 선망하던 섬세한 남자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런데 그 판타지가 생활 밀착형이다. 연예인들이 사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 <나 혼자 산다>에서 그는 인터넷으로 물건 하나 고르는 데도 신중을 기하며 홍대 자취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살림꾼의 면모를 보여준다.
직접 하는 요리도 된장찌개나 전 등 한식 요리가 주를 이른다. 거기에 이국적인 외모와 상충하는, 놀랄 정도로 자연스러운 한국말이 이질감과 친근감을 동시에 준다. 그러니까 프랑스 훈남 파비앙은 샹젤리제 거리에서 함께 와인을 마시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연예인이 아니라 홍대 카페에서 함께 수다를 떨고 함께 장을 보고 싶은, 동네 훈남 총각 같다. 외국인이지만 너무도 친근한 느낌이 바로 그의 매력이다.
호기심 가득 파비표 메뉴
최근 요리하는 주부들 사이트에서는 ‘파비앙쌈장’이라는 이름의 견과류 쌈장이 화제다. <해피투게더>의 ‘야간매점’에서 선보인 초코파이빈대떡은 젊은이들이 따라 해본다. 한식에서 장난기 가득한 국적 불명 ‘야매요리’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요리를 선보이는 파비앙. 자신이 만든 메뉴는 항상 사진과 메모로 기록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다. 태권도 경력만 20여 년, 프랑스에 있을 때부터 태권도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익숙해 평소 한식을 즐겼다.
그가 한국에 온 지는 10년. 이제는 입맛이 완전히 한국화되어 집에서는 늘 찌개에 밥을 차려 먹는다. 자기만의 한식 메뉴를 개발할 정도로 호기심도 많아 스스로 ‘파비표 메뉴’라 이름 붙인 것도 많다. 올해는 프랑스에서 한식 관련 책을 낼 계획도 잡혀 있다. ‘파비표 메뉴’의 특징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맛,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쉽게 만드는 것, 그리고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함께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선호한다. <에쎈> 촬영을 준비하면서도 이것저것 궁리한 끝에 그는 독특하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골랐다.
“악마의 잼이라 불리는 헤이즐넛 초콜릿잼 ‘누텔라’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메뉴예요. 라이스푸딩은 우유와 버터를 넣어 만드는데 생크림을 넣으면 더 리치한 맛이 나고 코코넛우유를 넣으면 달콤한 향이 더해지죠. 자신만의 레서피로 응용해보세요.”
“자취하면서 가장 즐겨 만드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볶음밥인데 친구를 초대하는 자리에 어떻게 하면 더 보기 좋게 만들어 낼까 고민하다 개발한 메뉴예요. 프랑스에는 토마토 속을 파내고 다진 고기 등 각종 재료로 속을 채워 굽는 요리가 있는데 그것을 응용했어요. 반숙 달걀 프라이를 올리고 노른자를 톡 터트려 김치볶음밥과 비벼 잘 익은 토마토까지 한입에 넣어 먹어야 맛있어요.”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에는 꼭 김치 국물을 넣어야 별다른 간을 안 해도 깊고 진한 맛이 나지요.”
1 누텔라라이스푸딩 크레페(누텔라김밥)
흰쌀밥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부드럽게 끓여 쫀득하게 식힌 뒤 크레페 반죽에 올려 누텔라와 함께 김밥처럼 돌돌만 이색 디저트. 서양의 라이스푸딩, 혹은 태국의 망고라이스가 떠오르는 국적 불명 메뉴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일품.
2 토마토오븐구이 김치볶음밥
속을 파낸 토마토에 김치볶음밥을 담아 오븐에 굽고 달걀을 반숙으로 두툼하게 부쳐 올린 파비표 집들이 메뉴.
상냥한 기운은 국적을 넘어서
따스한 봄 평일 낮 시간의 한산한 홍대거리 산책이 좋고 쌀쌀한 밤에는 뜨끈한 탕에 소주 한 잔이 좋고 야심한 밤 출출한 시간의 포장마차 떡볶이가 좋고, 또 여자들은 예쁘고 남자들은 의리 있으며 아줌마 아저씨들은 정이 있어 좋고, 김연아가 있어서 좋고 태권도가 있어서 좋고, 찜질방의 맥반석 달걀이 좋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있어서, 그래서 한국이 매우 좋다는 파비앙. 소소하기만 한 일상이 지루한 이들도 파비앙을 만나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작은 기쁨을 떠올리게 된다.
섬세한 얼굴에 슬쩍 이방인의 외로움이 비칠 때도 있지만 언제나 상냥하게 웃는, 아직은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젊은 청년. 어쩌면 이 친구가 방송일을 하거나 태권도를 하거나 요리를 하는 그 많은 것의 이유가 결국 한국에서 더 많은, 좋은 친구들을 사귀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프랑스인 모델 겸 배우, 된장찌개를 끓이고 친구들을 초대해 한식을 대접하는 남자. 친근한 섬세함과 로맨틱 무드로 설레게 하는 파비앙의 두근두근 식사 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