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가워요. <아레나>와의 만남은 처음이죠?
시크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매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첫 화보 촬영을 하게 돼서 설레었어요.
요즘 스케줄이 워낙 바빠서 만나기 힘들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정말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만나뵙고 싶었어요.
영광이네요. 요즘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의 인기가 뜨거워요. 데뷔 이래 첫 사극 출연이죠? 어느덧 마지막 회차 방영을 앞두고 있잖아요. 결말이 사뭇 궁금해요.
저희 부모님도 물으시더라고요. 평소에 일 이야기는 전혀 안 꺼내시는데, 이번에는 자꾸만 엔딩 스포일러 해달라고 하세요.(웃음) 사건, 사고, 반전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라 그런지 확실히 매회 시청자의 피드백이 뜨거웠는데요, 하나하나 남겨주시는 글들 보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즐겁고 뿌듯했어요. 신기한 게 제가 대본을 처음 보면서 ‘아, 이거 재미있다’라고 느낀 대목에서 호응이 있더라고요.
극의 홍일점이자 미스터리의 중심축이죠. ‘윤단오’를 연기하면서 얻은 것은 뭔가요?
사랑요! 사랑만 잔뜩 받았어요. 연기도 한 단계 성장한 것 같고, 가장 감사한 건 사람을 많이 얻은 거예요. 지난 8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배우, 스태프 모두 한마음으로 호흡하면서 서로를 많이 챙겼거든요. 그래서 현장 분위기가 항상 화기애애했어요. 저 고등학교 때 첫 번째 연기 선생님께서 “작품이 잘되는 것도 중요하고, 최선을 다해서 연기를 완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 남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번 작품에서 윤단오를 연기하면서 사람을 얻은 것 같아요.
8개월간 호흡을 맞추면, 정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특히 ‘꽃선비 3인방’과는 주야장천 붙어 지내다 헤어지게 돼서 특히 섭섭하겠어요.
맞아요. 저희 정말 많이 가까워져서, 촬영 끄트머리에는 이제 각자 살길 찾자고 농담하며 장난치고 그랬는데, 막상 작품 끝나고 못 본다고 생각하니 많이 섭섭하더라고요. 미처 몰랐는데 제가 꽃선비들에게 심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안 그래도 다음 주에 꽃선비 3인방이랑 인교진, 이미도 선배 모시고 다 같이 맛있는 것 먹기로 했어요.
아쉽지만, 끝은 언제나 또 새로운 시작이죠. 요즘 차기작 검토 중이라고요.
네, 다음 작품은 치열하게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꽃선비 열애사>를 즐기면서 한 작품이라면, 다음에는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오, 완급 조절인가요?
뭐랄까, 이 악물고 매 순간 치열하게 매진해야 하는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노트에 이런저런 문구를 적어요.
어떤 글이죠?
음, 최근에 쓴 건 ‘하기 싫은 것. 세상에는 하고 싶은 것만 있지 않다.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라도 열심히 하자’예요.(웃음)
언젠가 배우 김희애 씨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던데, 세상에서 정말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나중에 남는대요.
정말요. 100% 동감해요. 어려운 숙제일수록 그 과정은 힘들지만 나중에 얻는 성취감은 정말 짜릿해요.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찾아서 한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속 열정이 뜨겁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정말 잘하고 싶어요. 어쩌면 저의 한계를 깰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고. 자신감을 가져야죠!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일도 못하니까. 일도 그렇지만 삶이란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잖아요. 규칙이나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면서 저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자기만의 리듬이 중요한 법이죠. 그나저나 비워낸 만큼 또 채워야 하는 타이밍이에요. 리프레시는 어떻게 하고 싶나요?
쉴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오롯이 휴식에 집중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냥 책 한 권 들고 동네 카페 가거나, 교회에 가요. 천천히 호흡을 고르고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게 좋더라고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수록 일과 일상의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게 쉽지 않아요.
저도 항상 많이 생각하는건데, 저는 배우 신예은과 스물여섯 신예은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어떻게요?
저에게 쏟아지는 시선이나 관심에 도취되지 않으려고 해요. 배우라는 직업은 그냥 연기하는 거지,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저는 아직 배울 게 많고, 평범한 스물여섯의 사람이죠. 그런데 가끔 그런 사실을 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왜 어깨가 올라갔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견제해요.
멋지네요. 대화를 나눌수록 중심 잡기가 잘되는 사람 같아요. 사실 누구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법인데, 평소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해요?
오만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요.(웃음)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 있나요?
집 조명 바꾸기, 마시는 차를 다양하게 구비해두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차 고르기, 집 청소 말끔하게 하기 같은 소소한 것들요. 대단한 건 아니고, 일상 속에서 마음에 평온함을 주는 일들을 하나하나 찾아가요. 그리고 항상 기도해요.
결국 자신과 친해지는 게 답이네요. 스스로를 계속 들여다보는 연습인 거죠?
맞아요. 저 집에 아지트도 만들었어요. 일명 ‘기도방’인데, 아기들 장난감 집 있죠? 그걸 구입했는데, 그 작은 공간 안에 들어가서 스피커로 음악 들으면서 눈 감고 생각하고 그래요.
진정한 안식처, 중요하죠. 왜,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 이런 가사 있잖아요. 누구나 온전한 자기만의 방이 필요해요.
그러게요. 그런데 마인드 컨트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행위보다 결국 사람은 연약하고 나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왜 이렇지’ 하면서 계속 안 좋은 쪽으로 파고들게 되더라고요.
이제 가벼운 질문으로 넘어가서, 스물여섯 신예은이 최근 꽂힌 것, 화두는 뭔가요?
음, 혼자만의 시간요. 외향적인 편이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많이 얻는 타입인 것 같아요. 조용히 혼자 쉬면서 얻는 행복에 관심이 많아요. 엄청 대단한 건 아니고, 아까 말한 대로 소소하고 작은 것들요. 아, 그리고 먹는 것!
먹는 것! 이야기하는데 방금 눈동자가 반짝했어요.(웃음) 지금 먹고 싶은 것 있어요?
다요.(웃음)
오늘 종일 촬영하느라,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겼죠?
촬영 다 마쳤으니까, 이제 집에 가서 맘껏 먹고 힘내야죠.
메뉴는 정했어요?
치킨에 순두부 열라면 먹을 거예요.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역시 푸디! ‘탄단지’ 밸런스도 좋은데요?
다들 잘 챙겨 드셨으면 좋겠어요. 맛있는 음식 먹으면 행복해지잖아요. 저 맛집 탐방도 좋아해서 가끔 삼겹살 먹으러 혼자 가고 그래요.
정말요?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아요?
모자 푹 눌러쓰고 가면 의외로 알아보지 못해요.(웃음)
스릴 있겠는데요. 그나저나 시간이 왜 이리 빠를까요. 어느덧 1년 중 절반이 지나가고 있어요. 올해 중간 점검을 해본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요?
80점요.
에이, 너무 짠 거 아니에요?
많이 준 거예요.(웃음) 사실 올해 계획했던 것보다 50%는 더 많이 얻었어요. 그래서 감사하지만, 한편 들뜨는 것 같아서 적당히 즐기자 채찍질하고 있어요. 정신 차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죠. 뭐든 영원한 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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